문화부의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해임에 대한 문화연대 성명
문화연대 culture@chol.com
결국 ‘해임’이었다. ‘어떻게든 쫓아내겠다’는 문화부의 의지 앞에는 적절한 이유도, 또 남은 임기도 소용없었다. 지난 12월 5일, 문화부는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관련 규정,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방송발전기금 집행지침에 대한 위반 사실이 적발돼 해임했다”는 게 문화부의 해임 사유다. 하지만 규정․법률․집행지침 위반 등의 사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헌 위원장의 해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제기된 문화예술계의 소위 ‘좌파코드인사’ 몰아내기 차원의 해임이 분명하다. 또한 문화부가 해임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도 대부분이 억지춘향식 끼워맞추기거나, 과도하게 해석되어 그야말로 ‘해임을 위한 해임근거’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문화부가 해임의 주요 사유로 들고 있는 ‘기금 운용 규정 위반’의 경우, 문화부는 “국가재정법과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한 금융기관 선정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주장과 엇갈린다. 문화예술위원회는 해마다 ‘금융기관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금융기관을 절대평가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자산을 차등 운용하고 있다고 문화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또한 문화부가 밝힌 “C등급에도 투자했다”는 내용의 경우에도, 문화예술위는 “이는 최근 감사원이 권고한 ‘상대평가’ 기준을 근거로 한 것으로 그 동안 적용해 온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이외의 연․기금이 투자를 통해 과연 얼마나 많은 고수익을 발생시켰는지 모르겠으나, 규정을 어기지 않은 투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손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관장 해임의 주된 사유로 삼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문화부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김정헌 위원장에게 묻겠다는 것인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강만수 경제팀의 잘못된 대응 등 정부 경제정책의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놓고 해임 운운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문화부의 해임 사유 논리대로라면 과연 자율적인 행정을 할 수 있는 기관장이 얼마나 될 것이며, 또 문화부의 해임 사유를 벗어나 살아남을 수 있는 기관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좌파코드인사’ 몰아내기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이러한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을 몰아내는데 가장 앞장서서 발언했던 장관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며 사퇴 대상자로 직접 김정헌 위원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코드인사적출’을 주장하던 이명박 정부와 문화부가 오히려 코드인사, 부당인사를 하려고 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지난 12월 5일 오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문화부의 과장이 청와대에서 뽑은 인적자료와 함께 한나라당 당원 2명의 이력서를 들고 와 뉴서울골프장의 감사와 전무로 뽑아줄 것을 청탁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코드인사 운운하던 문화부가 오히려 부당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사실은, 이번 해임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 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통속이 된 문화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또 어떤가. 마치 마녀사냥같이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인선되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정치적 코드인사로 몰아세우면서 자진사퇴를 종용하였다. 또한 끝내는 말을 안 듣는다며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결국 말도 안 되는 근거로 해임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이 모두 적법한 절차라고 우기고 변명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면서도 측은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 대한 이번 해임이 잘못된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 부당한 해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문화부는 지금이라도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부당한 해임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이번 해임은 지난 11월에 해임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이어 이루어진 부당한 인사임이 분명하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가 남은 문화예술위원장을 적절한 사유도 없이 해임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우향우’ 길들이기이며 또한 이명박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문화연대를 포함한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정권 차원의 부당한 인사와 탄압, 문화예술계에 대한 우향우 길들이기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해임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2008년 12월 8일(월)
문화연대(직인생략)
'민미협 아카이빙 > 2000년~2009년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레]부산서 15일까지 조국의 산하전 (0) | 2020.11.29 |
---|---|
컬처뉴스, 반민주, 반문화 정권의 질주를 멈춰라 (0) | 2020.11.29 |
민중의 소리, 대북삐라는 되고, MB삐라는 안된다? (0) | 2020.11.29 |
한겨레, 대북 삐라? 우린 정부비판 삐라! (0) | 2020.11.28 |
경향, “이건 안돼!”…경찰이 짓밟은 ‘反MB 삐라’ (0) | 2020.11.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