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는 미술대전에 대한 기금지원을 중단하라!
대한민국미술대전이 다시 문제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미술협회는 미술대전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운영방식에 변화를 도입, 비구상(한국화·서양화·판화·조각), 서예, 문인화로 구성된 1부와 구상, 공예, 디자인 분야로 구성된 2부로 나눠 진행하고 평론가상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문화관광부는 행정자치부와 상의해 상반기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의 시상을 승인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미술대전의 권위는 그 스스로가 추락시켜 왔다. 학연으로 얼룩진 심의, 금품수수 등 온갖 비리는 끊이지 않는 추문을 넘어 수 차례의 법적 처벌마저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협은 이에 대해 매번 심사위원 개인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한 채 계속 문제들을 반복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왔다. 또, 그 폐쇄적인 운영과 자의적인 평가방식은 미술의 사회적 기능 확대를 가로막고 미술가와 비미술가를 분리시켜 미술을 미술 내에만 갇힌 자폐아로 만들어 버렸다. 미술대전은 미술문화의 토양을 일구기보다 그 열매를 따먹는데 급급해 그 토양 자체를 황폐화시킨 장본인인 것이다. 제아무리 대통령의 이름을 빌어 한국최고의 권위를 내세운대도 그것이 먹힐 리 만무하다.
미술대전은 이미 “참신한 신인발굴 육성과 미술계의 건전한 창작풍토를 고취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함”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부끄러운 수사가 되어버린, 낡디 낡은 과거의 유물에 가깝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몇몇 운영상의 변화를 주고 대통령상이나 국무총리상 등 고위관료의 이름을 걸고 행사의 권위를 부활시키려는 행위는 도리어 안쓰럽고 무기력해 보인다. 미협 관계자들이 군사독재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건지, 아니면 정말 대통령상 부활로 ‘옛날의 영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심히 궁금해질 따름이다.
문제는 이 행사가 문예진흥기금의 지정공모사업으로 지정되어 있어 해마다 버젓이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진행된다는 데 있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시대에 역행을 반복하는 미술대전에 더 이상 문예진흥기금이 쓰여서는 안된다.
이미 문예진흥원의 위촉으로 미술대전평가위원회가 2003년말 제출한 심층평가보고서는 ‘현 공모전 형식과 미협 구조로는 도저히 긍정적인 작가발굴을 하기 어렵다’며 미술대전에 대해 공공기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음을 밝혔다. 문예진흥원이 자체평가결과를 외면하고 구시대적인 결정에 손을 들어준 꼴은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는 문화부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부와 문예진흥원은 당장 미술대전에 대한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는 이번 기회에 그 시효성이 소멸된 미술대전을 폐지할 것을 미협에 제안한다. 600여개에 달하는 지역의 공모전들이 미술대전과 비슷한 양상의 문제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더 이상 이 사업을 유지할 어떠한 이유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갖은 비난을 무릅쓰며 행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 미협 관계자들이 미술대전의 폐지가 마치 미술인의 권익을 포기하는 것이나 미협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술인의 권익이나 미협의 위상은 일개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폭넓은 활동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코 한줌의 권력에 대한 유아적인 집착으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협은 이 사안이 단지 한 단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술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더 나아가 문화예술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술대전은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한 지 오래일 뿐 아니라 미술문화를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이며 각종 부패의 온상이 된 사라져야 할 행사다. 우리는 문화부와 문예진흥원이 이 행사에 대한 지원을 전면재검토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05년 1월 25일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미술인회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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