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이 충분히 결여된 대법원의 주관적 판결(글-최진욱)(펌)
작성자 -최진욱 (2005/07/27)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기소된 태안 안면중 미술교사 김인규(4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란(淫亂)''이란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며 "음란물 여부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따라 객관적ㆍ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서울=연합통신)
보도를 보고 먼저 하게 되는 생각은
첫째, 판사가 미술품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상식 중에 상식에 속하는 얘기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미술작품에서 ‘음란성’만을 똑 떼어내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판사는 그 시대의 통념과 규범적 평가를 내세웠지만, 우리 시대의 어떤 사회평균인들도 미술작품에 관한한 규범적 평가를 제대로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은 그 작가가 평소 어떤 작가였는지를 먼저 아는 일일 것이다.
미술교사 김인규가 그간 미술계와 교육계에서 활동해온 이력의 절반 만 참작했어도 이런 상식이하의 판결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김인규의 홈페이지는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따라 객관적ㆍ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교사 김인규가 사람들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을 위반하려는 의도로 작품을 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주관적’ 판결일 수밖에 없다.
개개의 작품을 따로 떼어 놓고, 이 작품은 묘사가 치밀하니 안 되고, 저 작품은 묘사의 범위가 넓으니 안 된다는 식의 판결은 로봇이나 할 수 있는 원시적인 판단이라 하겠다.(실제로 판결문의 내용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둘째, 판사가 미술품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가?
물론 고소, 고발된 사건을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안이 법정에 불려 나오는 것은 법정 스스로를 모독하는 일이다. 이것이 장사치들이 상술로 만든 음란물 문제도 아니고, 정신 나간 사람이 한번 장난쳐 보자고 벌인 해프닝도 아니라는 사실이 애초에 너무도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 걸 의심하면서 법정에서 작품의 진정성을 가리려 했다는 시도자체가 애당초 매우 음란해 보인다. 정상적인 미술작품의 음란성 여부의 문제는 전문적 판단을 요한다. 물론 법정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판단하겠지만, 그 이전에 이 문제가 법정에 불려가야 하는 문제인지 법정은 왜 미리 판단하는 기능이 없는 것일까? 결국 판사의 ‘주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문성이 ‘충분히’ 결여된 법정에서의 판단은 기능적인 것에 머물 수밖에 없다. 판결문을 보면 이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다.
“④는 묘사가 매우 정밀하고 색채가 사실적이며 여성 성기 이미지가 그림 전체를 압도하기 때문에, ⑤는 있는 그대로의 신체의 아름다움을 느끼자는 제작의도가 있었다 해도 얼굴과 성기를 가리지 않은 채 적나라하게 나신을 드러낼 필연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⑥은 보통사람이 성적 상상과 수치심 외에 다른 사고를 할 여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음란물 판정을 받았다.”
(④여성성기를 정밀묘사한 그림 ⑤김씨 부부의 맨몸 정면사진 ⑥발기된 채 정액을 분출하는 남성성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