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글쟁이의 밤 이야기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4. 15:01

▣글쟁이의 밤 이야기

새벽  2시 반
먼저 커피 두 잔으로 잠을 깨우다. 저녁을 먹지 않고 잤던 기억이 난다.
정신이 들어 책상머리에 앉으니 고독하다
갑자기 소주가 간절히 그립다. 무얼(무엇)로 안주할까 걱정하다 먹을 것이 없다.
찌개를 먹으면 배가 불거져 나올 텐데
삼겹살을 먹으면 살이 찔 텐데
가볍게 먹고 즐겁게 글ㅆ는(글 쓰는) 방법은 없을까?

아! 잘 먹었다.
천하를 얻었네
새벽에 마셔 보는 소주 한 병
그리고 조기 두 마리
조기는 등뼈를 중심으로 반으로 갈라 식초를 생수 4배에 촉촉이 젖게하여 후라이팬에 올려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달달 뽁듯이 하면 조기 살이 쫄찟쫄깃하면서 바싹바싹 할 때쯤
후라이팬 그대로 들고 와서 물에 갠 겨자에 조기를 찍어
소주 한 잔 걸치었다.
한 병의 소주가 약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비웠다
배가 약간 출출하여 살얼음 끼일 것 같은 냉수 한 사발에
밥 한 주걱을 놓고 조기 살 먹는 재미가 찬은 없지만 더없는 행복이다.
노트북의 빨간 훈민워드가 반짝인다
글을 쓴다는 게 이런 점에 좋은 것 같다.
신(神)도 잠을 견딜 수 없다는 깜깜 새벽에
홀로 말[馬]을 휘몰아 광야를 누비는 재미가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