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제목: 고기는 생각이 없기에 다행이다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7. 22:08

□제목: 고기는 생각이 없기에 다행이다
□ 글 : 정효료수
□날짜:
□출처:

고기는 생각이 없기에 다행이다


고기는 생각이 없기에 다행이다

시장에서 물고기를 보았다

고무다랭이마다(고무 통)

무리무리 몸부림치거나 지쳐있다

물고기를 파는 주인은

아무런 표정이 없다

수백 마리 미꾸라지가 담긴 통

대형 가물치 한 마리가 담김 통

거북 몇 마리가 담긴 통

여러 마리는 이미 배를 허옇게 들어내고 죽어 가는 잉어

뱀 같은 장어의 장어라고 쓰인 통도 있다

대형 가물치가 몇 년 묵은 거냐니까

6년이란다

그럼 10년 넘는 것도 있냐니까 있단다

어디만큼 크냐니까

두 자 반이나 댄단다

아 징그럽다. 값은 얼마 정도냐니까

6만원 정도란다

고기는 고기네요

주인은 뭔 말인지 잘 알아듣질 못한다.

고기는 생각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다.

물고기가 글이 있다면 얼마나 원통한 문장이 될까

물고기가 손이 있다면 얼마나 처참하게 몸부림칠까

물고기가 말을 한다면 얼마나 가슴 찢기게 한을 토할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민중이 미술을 안다면 미술을 얼마나 처참하게 말할까

무의미의 그림이 얼마나 가소로운가를 안다면

민중은 뭐라고 할까

물고기가 무표정하듯

화가(혹은 현대미술)들은 무표정하다

배따지 부르게 돈 걱정 없이 산다는 걸

자랑하는 3류 예술의 그림과 공예(혹은 현대미술)무리들

고무 통에 담긴 고기를 보듯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린다

물고기를 잡는 사람도

물괴기를 파는 사람도

예술의 하위적 삶이다. 예술은 고기의 속살만 먹는 생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