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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제목: 님은 떠날지도 몰라요 -정녕 잠 못 들게 향기 나는 글을 지필하고 팠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4.

■제목: 님은 떠날지도 몰라요
■글: 이하인
■날짜: 19ㅁㅁ
■출처: <님의 향기>

 
님의 목소리가 간절히 듣고플 때
님의 모습이 한없이 보고플 때
님의 향기가 내 가슴에서 눈물처럼 피어날 때
님이 나 이외의 사람 속에 바쁜 일상에 젖을 때
늘 항상 고개를 숙여 걸었다
그리워,그.리.워.흐.르.는.눈.물.은.강.물.이.되.고.은.하.수.되.고.
안개가 되어 앞을 분간할 수가 없어라
한 시간을 두 시간을
하루를 걸어봅니다.
아직은 이틀이상 님이 그리워
걸어보진 않았습니다. 하루나 이틀은 만나지 못해도
사흘까지 님을 만나지 못한 적은 없으니까요
.
그리움도 너무 떨어지면 그립지 않다,고
그리움도 너무 오래되면 낡아 버린다,고
그리움도 너무 반복되면 무덤덤 하여진다,고 누가 그랬지요
언젠가 님은 떠날지도 몰라요
언젠가 님은 잊혀질지도 몰라요(?)
언젠가 님은 영원히 자신을 잊어 달라 할지 모르니까요

그때쯤이면

하루를 , 이틀이 아닌
한 달을, 두 달이 아닌
일 년을, 이 년이 아닌
십 년을, 이십 년이 아닌
백 년을, 이백 년을 그리워하며 그리워하며
고개를 숙여 그저 걷고만 있겠지요

님은 반드시 떠나야 할 테니까요. 반드시


예감은 했었지만 님은 결국 떠났다.
20ㅁㅁ년 9월에 도미한 님의 그 향기가 아직도 나를 고개 숙여 걷게 한다.
생살을 칼로 도려 내는 아픔이 있다면, 갑자기 떠나는 약속일 거다.
수학공식처럼 맞춤식문학으로 살아 남으려는 저 많은 병정들의 패거리문학세계에
나는 늘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이방인이었다.
군병으로 잘 다져진 한국 문학의 성루에서 그 병사들의 빛나는 총검을 귀여워하며,
술병이 비어가는 석경에 님의 노래를 한 번 부르고 팠다. 문학판이란 그렇다.
물고기가 아무리 커도 물을 벗어나 뭍에 발을 디디면
은어공주의 비애처럼
불개미와 온갖 곤충과 짐승이 비린내를 맡고 달려와 뜯는다.
세균과 흙과 사정없이 쏟아지는 공기에
진실과 아름다움 그리고 향기와 고혹함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문예창작과 출신 혹은 문창과 재학의 병정들이 소대 중대 대대 연대의 대열을 갖추어 있는
잘 정돈된 문학판에서 소리없이 내려앉은 함박눈처럼
정녕 잠 못 들게 향기 나는 글을 지필 하고 팠다.(한국 만큼 문학층의 감성이 뛰어나고 단단한 나라가 그리 있는가?)
그런 망상에
나의 왜소한 언어들은 더욱 절망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님은 내게 있어 또 하나의 거대한 은하계였다. 타임머신을 타고 나의 모순 속에 영혼을 만나는 내 가슴 속의 동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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