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군은 힘없는 백성과의 부끄러운 싸움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 평택 팽성읍 대추리 마을의 현장미술들
배인석(화가,민미협사무처장)
kkarak-2000@hanmail.net
요즘은 우주, 자연, 생명 따위를 덧붙여 작품이야기를 하면 그만이라는 비아냥도 있긴 하지만 짧게 넓은 이야기부터 먼저 해들어 가야겠다.
1.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우주가 허블에 의하여 팽창하고 있다는 제기에 의해 우주의 팽창 설, 빅뱅 설이 나오면서 진화하는 우주론은 많은 설득력이 있게 되었다. 이는 고정 불변한 외부세계, 또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결정론적인 세계관과 운명론을 걷어내며, 미래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로서 인간의 운명 개척론에 힘을 더욱 실어 주었다. 우주에 대한 자각은 외부세계와 인식 주체의 깊이 변화를 교호적으로 동시에 발전시켜내야 하는 문제가 따르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 인생은 우주진화의 무량한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섬광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아주 짧게 느껴지는 시간의 “초”를 모은 1억 초는 3년 정도이다. 이 “억”을 년 단위에 붙여 쓴다면 우주를 탄생시킨 최초의 대폭발은 약 150억 년 전에 일어 일어났으며, 먼지가 틈틈이 나부끼는 침침한 우주공간이 확장되면서, 별들을 만들고, 또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주의 대기가 맑아진 어느 즈음이 되어서야 우리가 보는 태양이 생성된다. 이즈음이 대폭발이 일어나고도 100억 년이 지난 약 50억 년 전이다. 이후 5억 년이 더 지나 태양계가 형성되고 뜨거운 지구가 만들어진다. 이 지구가 점점 식고, 비를 날리기 시작하기를 거쳐 35억 년 전 즈음에 최초의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이 생명체는 무던한 시간을 거쳐 약 500만 년 전에 인류의 직접 조상이 발현하였고, 현생 인류에 가까운 호머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5만 년 전 즈음에 나타나 구석기-혈거-초원농업 문화를 거쳐, BC 5000년에 충적 평야가 있는 대 하천에 떼 지어 모여 고대 문명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류의 문화를 1년의 세월에 비교한다면 지구의 탄생은 1월1일, 생명의 출현은 3월1일 정도이고, 인류의 문명, 기원전과 후 등을 거친 현재는 12월31일의 하루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인류의 진화를 압축하여 본다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외적인 문명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진화를 빠르게 하여왔다. 고대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어리석은 인류가 자연의 지배와 더불어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폭력과 힘을 우위에 두는 역사를 오늘날까지 지속시켜왔다면, 또한 역으로 인류의 역사는 자연과의 합일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억압을 걷어내고, 새로운 차원의 역사를 준비하고 예비하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것을 사명으로 간직하여 왔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예술의 사명 또한 기나긴 우주의 역사를 인식하고 흡입하여 인류역사의 차원변화를 현 사회 속에서 접수하고 있는 것 일 게다. 이는 예술 내적인 명상과 차원의 깊이, 더불어 외적인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술이 그 무엇이든 이 외압과의 싸움은 일찌감치 시작된 듯하다. 당대의 예술은 국지적인 당대의 문제를 푸는 경험과 승리의 누적을 거쳐 진일보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할 수 있으리라. 이제 우리는 현 지구촌의 제국을 자부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얽혀있는 복잡한 신생국가 대한민국 경기도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땅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21세기형 현장미술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짧은 지면이지만 현장의 그림과 함께 그들을 소개한다.
2.
주로 대추리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행사는 자발성에 기초한 “들사람들” 이란 문화 예술인 모임을 통하여 진행하여 왔다. 이 모임은 후에라도 현장에서의 문예조직운영과 외형확대 등의 방식을 자세히 뜯어 볼 만하다. 핵심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에 의한 느슨한 연대와 자발성을 고양하는 운영시스템은 예전과 달리 아주 인상적이다. 대추리에는 빈 벽들을 이용한 벽화가 먼저 눈에 띈다. 이는 어린이들이 그렸을 법한 작품들과 미술가들의 작품들이다. 어수선하고 위기에 찬 마을에 포근함을 전해 주는 것은 역시 때 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마음이다. [사진1. 대추리는 할머니,할아버지 땅]은 그 중에서 명작이라 할 만하다. 싸움꾼 문정현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마을을 지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 모습이 마을을 지키는 것인지, 재밌는 놀이 중인지 쉽사리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는 이 작은 기쁨을 지키기 위하여 크고 지루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술가 이윤엽, 김성수 등에 의해 제작 되어 진[사진2 대추리 사람들]은 한 점의 판화처럼 선명하게 대상을 보여주는 대추리 마을의 전형적인 농가 식구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그림에서 마을 사람과 땅에 얽힌 관계들을 마치 가족사진을 보듯이 그들의 역사가 담긴 시간과 미래에 대한 소망, 그리고 그들의 불길한 앞날을 가름해 볼 수 있다. 서울민미협 주최의 제18회 조국의 산하 전에 출품된 인천민미협의[사진3. 대추리 지킴이 솔부엉이]는 민화형식으로 그려진 벽화이다. 한 단체의 정기적인 사업으로 현장미술을 한다는 것 또한 오늘날의 진일보한 측면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동시에 생각하게 하지만, 이 작품은 기획의 연출과 실현에 대해 다소나마 논의를 거쳐 그려졌다. 솔부엉이는 대추리 마을의 솔밭에서 예전부터 삶을 같이한 천연기념물이다. 거뭇거뭇한 마을의 저녁녘에 밥 짓는 냄새와 하얀 연기 사이로 엉엉 들리는 부엉이 소리는 고된 하루를 마감하는 푸근한 울림 바로 그 기억일 것이다. 그동안 대추리 마을에서는 많은 깃발과 만장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세워졌던 것 같다. 깃발은 바람과 함께 나부끼다 시간과 함께 흐려졌지만 그 깃발들은 현장의 사람들과 함께 고됨을 일구며 오늘을 만들어 왔다. 오색의 천 조각은 바람을 타고 우리 마음을 대신하였다. 부산민미협의[사진4. 조각보 깃발]은 멀리서 보내온 아기자기한 항의의 마음이다. 이 항의는 단호하지만 부드럽다.
바람이 없어도 전기 쇼크를 타고 컴퓨터의 모니터에서도 나부끼고 바람 많은 대추리 땅에서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네 역사를 타고 불현듯 대추리. 도두리 땅에서 불끈 솟은 조각품이 있으니 고 구본주의 유작[사진5. 갑오농민전쟁]이 그것이다. 이 조각상은 그대로 현재진행형의 멈춰진 몸부림이다. 노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근육은 육신을 던지는 무기가 되어 있다. 이제 저 긴장된 근육과 숙련된 힘을 저 광활한 농토와 만나게 해 주고 싶다. 이외에도 최평곤의[문.무인상]과 최병수의[솟대], 대추 초등학교 건물의 [사진6. 마을 사람들의 얼굴]등 미술작품과 행동의 흔적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인류의 발전된 차원 변화를 부추기는 현장의 현대 미술 작품이면서, 평택을 지키는 한 장의 부적들인 듯싶다. 이 부적의 마음들이 실로 거대한 우주의 마음을 품고 있는 듯 저마다 보이는 모습이 신령하니 누가 이 땅을 넘보겠는가? 정부와 미군은 힘없는 백성과의 부끄러운 싸움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너그러움이 다하기 전에.... 뱀 머리에 지렁이 꼬리 같은 글이 되고 말았다. 평화예술마을로 변모하는 대추리, 도두리에서 다함이 없는 민족예술이 계속 꽃피우며 마을의 안녕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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