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논쟁>-윤난지 대상 공개질의

[기획취지]

본 기획은 미술계의 첨예한 쟁점들과 관련하여 특정 인사를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토론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이를 통해 관련 인사들과 <미술과 담론> 필진 사이에 존재하는 선명한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고, 상호간의 활발한 의사개진과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제안 논쟁은 <미술과 담론>의 공개 질의서를 해당 인사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독자들에게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독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장을 마련하였다.



<윤난지씨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안녕하십니까? 윤난지씨.

  저는 <미술과 담론>의 필진 김도희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현대미술에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러한 문제의 근원이 그릇된 비평으로 인한 미술적 가치의 호도와 본말 전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근래의 앵포르멜 시기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의 비평적 오류를 교정하기 위한 풍부하고 생산적인 담론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보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을 향한 것인지에 따라 그러한 시도는 최소한의 비평적 윤리가 의심되는 비평의 탈을 쓴 술수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술에 봉사하지 않는 비평을 가려내는 것은 가차 없는 논쟁이 활발한 비평문화 속에서 가능한 것임을 윤난지씨도 공감하시리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발한 비평문화의 시작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미술과 담론>은 지난번 윤진섭씨에 이어 윤난지씨 대상의 두번째 지정 질의를 하고자 하오니 책임있는 비평가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필진들은 윤난지씨가 앵포르멜의 서구미술 영향이 갖는 의미를 밝히기 위해 썼다고 하신 <한국 추상미술의 태동과 앵포르멜 미술>에서 귀하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납득되지 않는 주장과 이해되지 않는 논리를 보았습니다. 저희의 판단이 옳다면 귀하의 글은 한국미술과 미술의 존재 가치에 대한 독자들의 오해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드리게 되었으니 윤난지씨의 비평적 견해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본지필진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면 선배의 입장에서 바로 잡아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이 밖에도 많은 질문들이 있으나 아래 답변에 응해주시면 좀 더 자세히 여쭙고자 합니다.



<공개질의 내용>

1. 귀하는 앵포르멜이 한국미술의 "현대화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고 보고, 과도기로 규정하였습니다. 무엇의 '과도기'라고 한 것입니까?

2. 형태의 변형, 요약, 얼룩, 질감, 필치와 같은 특징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면 말씀처럼 그것을 앵포르멜의 표현형식이나 앵포르멜 효과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 미술이 표현형식과 효과의 문제입니까?

3. 말씀하신 '서정적 추상'에서 '서정'을 무엇으로 본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서정적 미술이 앵포르멜입니까? 또 "앵포르멜, 기하학적 추상, 모노크롬"을 잇고 있는 '주정적 측면'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4. 재미작가 이수재씨나 전성우씨를 전통 회화관에 입각한 앵포르멜 화가의 예로 들었습니다. 이들의 작업을 앵포르멜로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 앵포르멜을 새로운 양식이라고 한 구체적 이유와  현대미술을 양식의 발전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6. 박서보씨의 증언에 기대어 앵포르멜 자생론의 가부를 설명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토록 절실히 앵포르멜을 주장한 일부<현대미협>작가들이 기하학적 추상으로, 또 모노크롬으로 발 빠르게 변모하는 현상에 대한 귀하의 비평적 견해는 무엇입니까?

7. 서구 앵포르멜 작가들이 동양의 서체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동양의 서체에 관한 서구인들의 피상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의 앵포르멜 작가들이 이러한 동양적 스타일을 띤 제스츄어를 역수용 한 것에 대해 귀하는 전통예술관에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 비평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8. 앵포르멜이 조형이념을 넘은 미술계와 전반적 사회개혁의지의 표명이라고 했습니다. 앵포르멜 운동의 성공 후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미술계와 전반적 사회개혁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