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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광주드림, [책이 좋다] 불온하거나 치열한 예술가 열전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1.

[책이 좋다] 불온하거나 치열한 예술가 열전

`세상을 바꾼 예술품들’

이광재 jajuy@gjdream.com



예술을 주제로 다룬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시대의창刊)이다. 가슴 뜨거운 두 젊은이(이유리, 임승수)의 눈으로 근현대 세계미술사를 써내려갔다.

당대엔 ‘불온하다’고 낙인찍히면서도, 기존의 부당한 체제와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예술가들의 열전이다. 때문에 이 책 속에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불온, 치열, 그리고 혁명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예술계의 해묵은 논쟁인 ‘참여와 순수’를 기준으로 볼 때 ‘참여’에 가까운 예술인들이 주인공이다.

책은 16세기 서양미술에서 시작해, 고전음악, 현대영화, 그리고 만화에 이르기까지 28가지 주제로 다양한 예술장르를 넘나든다.

여기 18세기 중반 영국 왕립미술원 회원들의 모습을 담은 요한 조퍼니의 그룹초상화 ‘왕립미술원 회원들’(1772)이 있다. 미술원 설립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20여 명의 미술가들이 남성 누드모델을 둘러싸고 서 있다. 사실 회원 중에는 여성 미술가도 2명 있지만, 그림 속에는 온통 남자들 뿐이다. 여성 미술가들은 어딨을까. 답은 그림 속 뒷벽에 걸린 여성 초상화 두점. 당시 여성 화가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서양 미술사에서 이런 금녀의 영역이 깨지는데는 오랜 세월 많은 여성들의 눈물과 고통이 필요했다. 여성을 매혹의 대상이 아닌 ‘전사’로 그려 페미니즘 미술의 문을 연 아르테미시아 젠티렐스키에서, 그림 속 여성 모습에 대한 반발로 1980년대 고릴라 마스크를 쓰면서 집단적 저항운동을 벌인 여성 화가집단 ‘게릴라 걸즈’까지.

특히 ‘게릴라 걸즈’의 경우, 이들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앞에 항의삼아 붙인 포스터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현대미술 섹션이 단 5퍼센트의 여성미술가의 작품을 걸고 있는 반면, 이 미술관이 소장한 누드 중 85%가 여성이다.”

책은 이들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풍부한 그림과 해설을 동원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Eroica)’의 배경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당시 왕정을 깨고 공화정을 세울 ‘영웅’으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을 주목했고, 그 마음으로 ‘영웅’을 썼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베토벤은 분개했단다. 위대한 음악 배경에, 왕과 귀족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불온한’ 공화주의자가 있었다.

책의 관심사는 미술, 고전음악 등을 넘어, 민요나 영화로 이어진다.

우리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나 멕시코 민요 ‘라쿠카라차’, 그리고 쿠바 민요 ‘관타나메라’ 등이 모두 나라 잃고 고통 받은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일종의 혁명가였다는 점에 착안하기도 한다.

이같은 시각은 미국의 최고 희극배우였지만 ‘빨갱이’로 몰렸던 찰리 채플린이나, “그 가사의 급진성으로 따지면 ‘공산당 선언’이 울고갈 만 하다(190쪽)”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 평화로운 농촌 풍경 그림 ‘모내기’(1987)를 그렸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끌려간 한국의 신학철까지 이어진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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