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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10년~2019년대 자료

이명복 개인전합니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7.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서 제주도로 이주한 이명복입니다.

초대전을 갖습니다.   

  

장 소 : 갤러리 자작나무 (GALLERY WHITE BIRCH)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36번지 02-733-7944

 

기 간 : 2013. 10.25 (금요일)~11.10 (일요일)

             (opening 10.25 6:00 p.m)

 

 

<이명복의 리얼리즘>

 

이명복의 리얼리즘은 민족에 대한 염려로 시작된 듯하다. 역사의 사실들이 오늘날에도 그래도 재현되는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 안다는 것에는 고통이 따르고 그러기에 행동으로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것, 예술로 그러하려하니 그것이 바로 리얼리즘의 본질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명복의 리얼리즘은 그가 개념을 택한 사실정신(寫實精神)과 상통했다. 그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땅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땅이야말로 바로 역사의 현장이었고, 결국 땅의 주인은 그곳의 민중이라는 사실을 산천 산하 기행을 통해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복의 ‘사실정신’은 땅과 사람, 그리고 그것의 매듭인 역사라는 틀에서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3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명복의 미학으로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제주 입도, 유배지 풍경>

 

이명복이 제주에 정착한 것은 2010년이다. 그가 다른 지역을 마다하고 이 곳 한반도 최남단에 남은 인생 절반을 심고자 입도(入島)한 것은 어려운 결단이었다. 바람 많고, 물 설은 섬 땅 제주에 마치 귀양 온 옛 사람처럼 입지를 새로 세운 것은 화가의 삶을 마저 누리기 위한 것이었다.

 

제주는 기가 센 고장이다. 과거 유형지(流刑地)였고, 세계의 모순이 집적되는 세계사의 지류(支流)와 연결돼 있다. 제주 섬은 자연도 세계적이고 문화도 세계적인 인문으로 남은 곳이다. 화가의 정착지로는 풍광, 역사, 교통 면에서도 매우 적합한 곳이다.

 

이명복이 유배자가 아니면서 유배지에 정착하여 그린 작품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창작방법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물론 제주 적응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가는 끈이 많이 뭉쳐야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제주도는 그에게 자신의 화인 인생을 모두 모아 하나의 실타래를 만들려는 깊은 뜻을 펼칠 수 있는 땅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인생이 일장춘몽이라면 예술가로 봄꿈을 꾸는 것은 호접몽(胡蝶夢)이 아니던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가를 필요도 없이 마치 한바탕 그림쟁이로 놀다가는 그런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 말이다. 제주의 화인이 돼 무아지경으로 살아가는 반생(半生)의 의미가 어찌 새롭지 않겠는가.

 

제주에서의 작업은 말과 풍경을 주로 다루었다. <말>은 크게 세필(細筆)로 그린 사실화와 강조와 변형으로 왜곡된 <말>로 구분할 수 있다. 다시 사실화는 풍경 속에 놓인 말과 말 한 마리만을 그린 것으로 다시 세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제주에서의 작업은 새로운 땅을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제주의 풍경을 다룬 작품 또한 1990년대 역사적 풍경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묘법이나 색채,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단지 말을 그림으로써 제주 이전 작품들과 풍토적으로 확연히 구분이 되는 데 그래도 <침묵>시리즈, <붉은 억새>와 같은 작품에서는 조금씩 한국 본토와는 다른 형식적 모습을 띤다. 경관 자체가 매우 다른 점도 있겠으나 막연하게나마 알게 된 4·3이라는 현대사를 염두에 둔 까닭인지 풍경 자체가 독하다. 이 독한 풍경은 단지 자연과 기후의 작용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제주 풍경이 독한 풍경으로 느껴지는 것은 제주 역사가 쓰린 만큼 독한 기운으로 뭉쳐진 반란의 땅이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한 탓도 있겠다.

 

최근작은 섬 시리즈들이다. <섬>, <숲에서>, <차귀도>, <산방산>, <겨울> 등은 점차 섬의 문화와 지질, 풍토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제주의 지질은 신생대 화산에 의해 형성되었다.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화산 폭발로 인한 섬이기 때문에 지형, 생태, 경관이 타 지역과 크게 다르다. 문화면에서도 몽골의 지배시기부터 목장이 형성된 후 조선시대 에 이르러 국영목장으로 명성을 떨쳤고, 그러다보니 말 사육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등 그야말로 말의 고장 1번지라고 할 수 있다. 돼지 키우기를 좋아하고, 개가죽 옷을 즐겨 입었던 제주 선주민(先主民), 섬은 무속이 성행했던 땅으로서 목축문화와 해양문화가 공존하는 신들의 땅이기도 하다. <섬>은 용암 쇄설물과 용암 가루(송이:scoria)가 뭉쳐진 단괴(團塊)를 그린 그림이다. <숲에서>는 녹음의 숲 가운데 서 있는 백마의 고고한 자태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차귀도>는 녹색의 렌즈로 본 섬의 한 단면을 클로즈 업 한 그림인데 다른 우주의 괴이한 풍경으로 보인다. <산방산>의 위용은 붉은 색 기운으로 덮여 마치 불가마처럼 가열된 모습인데 지는 해를 정면으로 받은 상태인양 화산(火山)의 불꽃으로 변해간다. <겨울>은 유독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가 더 낮은 제주의 겨울 보리밭을 그렸다. 보리밭 돌담 곁에 흰 눈이 쌓인 풍경은 모진 역사를 견딘 제주인의 삶을 연상케 한다.

 

                                                                         <김유정,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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