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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2001년~2009년 전시

신학철 개인전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9. 28.

이젠 통속적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5년만의 개인전 신학철
입력: 2008년 05월 07일 18:20:18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유행가 가사, 시골 얘기 같은 내용 말입니다. 내 ‘모내기’ 그림도 이발소 그림을 형상화한 것이었어요. 이발소 그림을 우습게 보지만 그 형식을 빌리고 싶은거죠. 왜 좋으냐고요? 따뜻해요. 유치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어요. 화가라는 전문가가 그린 그림엔 꿈이 없어요. ‘유치하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유치하지 않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이상한 양념’ 같은 게 있는데 말이죠.”



대표적인 민중미술가 중 한 명인 신학철 작가(65·사진)가 개인전을 5년 만에 서울 와룡동 갤러리눈에서 연다. 전시 제목은 ‘부심이의 엄마 생각’이다. 백기완 선생의 자전적 에세이인 동명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삽화 형식으로 그린 그림들이 포함돼 있다. 쭈그리고 앉아 국수를 먹는 어머니, 아랫도리를 입지 않은 아들을 데리고 시장에 나서는 어머니 등 어려워도 꼿꼿하게 살며 교훈을 남긴 백 선생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림화시켰다.

책 그림뿐 아니라 작가가 요즘 다듬은 신작들도 선보인다. 작가는 “의식적인 그림 외에 내가 갖고 있는 나의 속살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용하고 착 가라앉은” 그의 속살은 “무릉도원 같았던 고향의 정서”에서 온 것이다.

“난 아직도 이념인 사람이지만 지금은 이념적이지 않은 걸 그려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의 누님들 모습, 그 시대의 남녀 관계 같은 것들을요. 꼭 머슴과 주인집 딸이 사랑을 했어요. 군대 갔다 온 머슴과 그 사이 시집간 주인집 딸이 솔밭에서 만나 스산하게 울었던 울음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 고향 경북 김천은 파랗던 보리밭,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 가을에 새로 얹은 노란 초가 지붕 등 꿈 같았던 곳이에요. ‘모내기’도 법 없이 살았던 고향의 모습에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그린 것이었어요. 등장 인물도 동네 형님과 팔촌 형님들이었죠. 그런 그림을 만경대로 해석하니 억울하죠.”

작가가 1987년에 그린 ‘모내기’는 그림 속 초가가 김일성의 생가를 그린 것이고 북한이 남한을 밀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유죄 취소판결을 받는 등 논란을 겪으며 이데올로기 문제, 미술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의 상징적 사건이 됐다.


‘진달래와 나비’, 2006 캔버스에 유채, 73×60㎝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던 80년대 역사 속에서 정치와 민중을 다뤘던 그도 변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 찾아야 하는 이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요새 민중미술은 뭘 해야 하는지 몰라요. 좋아해 주는 사람도 없고 장소도 없죠. 2002년에 그린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는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내가 봐왔던 것, 출세하려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겁니다. 민주화운동 이후인 90년대엔 그릴 게 없으니 있는 그대로를 그리자고 했던 거죠. 하지만 겉으론 민중미술이 간 것처럼 보여도 내면적으론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각자 느슨하게, 혼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겁니다. 웅크림일 수 있는 거죠.” ‘한국현대사-갑돌이와 갑순이’는 대형 캔버스 16점을 이은 20m 길이의 대작으로 시골 출신 갑순이와 갑돌이의 상경기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담은 작품이다.


새참 바위’, 2006 캔버스에 유채, 122×200㎝
이 대작 이후 모색기에 들어간 작가는 “시대 흐름에서 소외돼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언젠간 할거야’라며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고 말한다. “작품과 싸움할 각오”도 돼있다. 그립고 그리운 고향에 돌아가고, 그곳에서 꿈과 희망이 담긴 통속적 그림을 마음 술렁이게 표현해내고야 말 참이다. “옛날 것이 퇴행적인 게 아니고 진보적일 수만 있다면…, 진보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미감이 될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전시되는 30여점의 판매수익은 백기완 선생이 추진 중인 ‘노나메기 문화원’ 건립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9일부터 6월10일까지. (02)747-7277

<글 임영주·사진 김영민기자 minerv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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