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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운보 김기창 화백의 친일 행각은 어디로?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9.




                

  지난 2001년에 작고한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보지 않은 한국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1만원짜리 지폐속에 있는 세종대왕의 영정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을지문덕, 태종무열왕 영정도 운보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운보 김기창은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던 친일 미술인이었다. 이런 미술인들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화폐에 그림을 그리고 영정을 그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대검을 끼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황군을 묘사한 '적진육박'이라는 그림으로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면서 갖가지 특전을 누린 친일 미술가였다. '총후병사',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등의 그림은 황국신민의 영광을 식민지 국민들에게 고취시키는 그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는 3.1문화상, 은관문화훈장, 국민훈장 모란장, 5.16민족상을 수상했으며, 그림의 가격도 어지간하게 비싸 보통 사람들은 구경조차 쉽게 할 수 없다.

  

  특히 '이름 값'을 한다면 뿌리도, 정신도 없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후배 미술인들의 자세는 더욱 문제이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말릴 일은 아니지만, 관람객들이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살필 수 있도록 하는 책무가 전시 기획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달 12일부터 내달 4일까지 광명돔 경륜장 4층 스피돔 갤러리에서 故 운보 김기창 화백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전시회 소개를 보면, 그의 친일행각에 대한 얘기는 단 한 줄도 없다. 故 운보 김기창이 한국 근현대 미술의 발전과 한국화를 정립하고, 전생애에 걸쳐 한국 미술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예술가라는 언급만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언론들도 경륜장에서 즐기는 문화공간에 대한 선전 일색으로 끝날 뿐이다.

  

  어느 누구도 김기창 화백이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며, 청각장애인이었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한 예술인이라는 것에 딴죽을 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의 친일 행적을 통해 일제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민족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면 더욱 의미있는 전시회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기획전, 광명돔경륜장 스피돔 갤러리에서 열려

  

  광명돔경륜장 스피돔 갤러리에서 운보 김기창 화백의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보의 최전성기때의 작품과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와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판화공방에서 제작한 판화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서정적이고 풍부한 색과 강렬한 선이 아우러진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을 애호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회에는 청록산수, 바보산수, 태양을 먹은 새, 라인강변 런던브릿지, 아악의 리듬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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