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시우 구속, 문제 있다
[주장] 공안당국 과거로 회귀하나
박신용철(redfaith) 기자
2004년 4월 21일 인터넷 언론 기자 10여명과 주한미대사관 관계자, 주한미군사령부 관계자 등은 미측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JSA로 향했다. JSA를 방문했다기보다 유엔사경비대대가 근무하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를 방문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이 곳에서 JSA의 공동경비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캠프 보니파스와 비무장지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 1976년 발생한 미루나무 도끼만행사건 현장, 기지 내부를 돌아보았다.
이 팀에는 지난달 22일 구속기소된 사진작가 겸 <통일뉴스> 전문기자 이시우씨가 함께 했다. 당시 이씨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미대사관 관계자에게 보도 여부를 타진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시우씨는 그해 6월 <월간 말>에 '유엔사 경비대(JSA) 화학무기 보유 논란' 제하의 기고를 통해 캠프 보니파스에 미군 스스로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화학무기가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증거인 탄약고 표식을 확인했다는 글을 통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그리고 그는 같은해 6월 20일부터 '유엔사해체 촉구 걷기 명상'에 나섰다. 강화도 자택에서 민통선 동쪽 끝까지, 고성에서 동해안을 타고 부산까지 계속 걸었고 그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걷기는 부산~일본 도쿄~사세보기지~오키나와로 이어졌다.
효용성 다한 유엔사 해제 주장이 왜 문제?
유엔사는 1975년 11월 17일 제30차 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를 통해 존재 근거를 상실했다. 미국-소련의 냉전체제 하에서도 양측이 합의에 이른 것이다. 당시 자칭 자유진영의 결의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53년 7월27일자 정전협정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유지에 계속 불가피함을 인식하며 타방 직접 관계 당사자들이 정전협정 유지를 위하여 상호 수락할 수 있는 대안에 동의한다면, 미국정부는 1976.1.1자로 유엔군사령부를 종료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한 1975.6.27자 미국정부의 안보리의장앞 공한에 유의하고,(중략)
정전협정의 유지를 위한 적절한 방안과 더불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될 수 있도록 제 1단계 조치로서 모든 직접 관계 당사자들이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협의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우방측 결의 3390 a호)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의 모자도 쓰고 있다. 미국정부가 유엔사 해체를 동의해 유엔해체결의안까지 채택됐는데 여전히 미군은 두개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 효용성이 다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유엔결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는, 유엔군 감투를 쓰고 있는 미군도 역시 문제다.
이씨는 유엔 결의를 근거로, 폭력적 방법으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것도 아니라 '걷기 명상'으로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촉구활동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시우씨가 서울경찰청 산하 옥인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다. 4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제5조(반국가단체 자진 지원 등)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안 당국은 이시우씨가 2004년 진해에서 미군 핵잠수함을 촬영하는 등 오산·포항·군산·의정부 등의 미군기지에서 화학무기, 열화우라늄탄 등과 관련한 3급 군사기밀을 수집하거나 군사 시설물을 찍어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유엔사해체 촉구 걷기 명상' 과정에서 일본에 건너가 '유엔사 해체를 위한 한일연합' 설립을 주도한 혐의도 거론하고 있다.
이시우 구속, 과거 회기 신호탄인가?
한미디로 '상식 밖의 우기기'에 다름 아니다. 반기지운동활동가들은 주일미군기지를 종종 방문할 기회가 있다. 지역주민들은 일상적으로 미군기지를 감시하고 출입하는 군사시설을 체크한다. 심지어 미군기지 철조망과 인접한 건물 옥상에 망원경을 설치해 관광지에서나 봄직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주일미군기지 감시활동을 벌인다고 해서 일본경찰이 수사하거나 구속하는 경우는 없다. 너무 일상적인 감시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법이 적용되지도 않는 주일미군기지 사진촬영을 하고 반기지운동을 하기 위해 한일연대NGO를 만들었다는 것이 실정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2004년 진해 미군핵잠수함을 촬영한 것은 녹색연합이었고, 미군기지 내 화학무기, 열화우라늄탄 등과 관련한 3급 군사기밀을 수집 내지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주장도 억측에 불과하다.
열화우라늄탄 한국내 보유와 관련한 폭로도 처음이 아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997년 3월 3일 <한겨레 21> 질의 답변서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시우씨의 폭로 내용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다.
이시우씨 활동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자진지원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면 반기지 활동을 벌이거나 취재해온 시민단체, 기자 등 모두가 범법자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런 활동에 모티브를 제공한 주한미대사관, 주한미군사령부은 공범 내지 종범으로 구속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공안당국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로 들어오면서 조심스럽게 시국사건을 터트리면서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상식적인 끼워맞추기식 수사에 다름 아니다. 그를 구속하려면 반기지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미군기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언론인 모두를 구속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사진작가 이시우씨는 저서 <민통선평화기행>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했고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초청되기도 했고 해외에서 번역되면서 민족분단사의 비극을 통해 평화로 나가는 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한강에 배띄우기 행사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전협정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민미협 아카이빙 > 2000년~2009년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회 비엔나 한여름밤의 꿈전 출품안내 (0) | 2020.11.23 |
---|---|
이시우씨 단식 21일째 (0) | 2020.11.23 |
[토론회]한미FTA문화분야협상 결과 토론회 (0) | 2020.11.23 |
한미FTA 반대를 위해 '작가'와 '화가'들이 작심하고 모였다 (0) | 2020.11.23 |
[사진]2007_0421 토요일-서울민미협 회원들과 봄나들이.^^* (0) | 2020.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