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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보수단체의 미술작품 파괴의 야만적 행위에 대한 성명서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7.

  보수단체의 미술작품 파괴의 야만적 행위에 대한 성명서    
  

사무처  2008-06-25 13:33:31, 조회 : 0, 추천 : 0

[성명] 작품파괴의 반문화적 야만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

미 장갑차에 희생됐던 여중생들의 6주기 추모전시 작품들이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짓밟혔다. 지난 6월 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그림공장’의 주최로 진행했던 《미선·효순 6주기 추모전시》의 작품 30점이 반촛불집회로 진행된 ‘국정 흔들기 중단촉구 국민대회’를 마치고 행진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훼손된 것이다. 이날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끝낸 보수단체 소속의 7천여 명의 회원들은 행진을 시작해 5시경 청계광장에 도착, 청계광장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민들을 폭행하고, 촛불천막을 비롯해 집회관련 물품을 모두 부수는 과정에서 촛불집회 옆에서 진행된 추모전시의 작품들도 함께 파손했다.

이날 전시에는 전진경 작가의 <알고 있는가>, 김성건 작가의 <봄이 오다> 등 9명 작가의 30점의 작품이 전시됐으며, 보수단체의 폭력으로 작품 모두가 훼손되었다. 특히 이종민 작가의 <퍼킹 유에스에이>를 포함한 16점의 작품은 원본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헌법을 통해 엄연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타인의 의사표현을 폭력적으로 짓밟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지탄받아 마땅한 짓이다. 그런데 하물며 예술행위에 대해 가해진 폭력은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문화적인 만행이라 하겠다. 시계바늘을 30년은 되돌린 듯한 이들 단체 회원들의 작태는 이유 불문하고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십수년 이상의 민주주의 경험은 한국 사회를 다원적 가치가 상호존중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자기 나름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으며 이런 다원적 가치가 존중되고 경쟁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단체 회원들이 보여준 폭력 행위는 그들이 스스로 자처하는 ‘보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되묻게 만든다. 만일 이들이 정말 한국 보수를 대변하는 이들이라면 한국 보수의 현실은 너무 서글프다. 이제는 한물간 천박한 냉전 시대의 논리에 미쳐있는 신경쇠약의 광신자들이거나 더 이상 민주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망나니들이니 말이다.    

민족미술인들은 폭력행위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이념과 가치의 차이를 떠나 의사표현의 자유와 예술에 대해 저지른 폭력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말이다. 만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확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당신들이 보수단체가 아닌 민주주의를 근간부터 부정하는 거리의 폭력배들임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며 가능한 모든 대응을 불사할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기본적 상식을 포기한 반문화적 야만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음을 다시금 선언한다.

2008년 6월 일

민족미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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