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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보수단체의 야만적 예술파괴 행위를 규탄한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7.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보수단체의 야만적 예술파괴 행위를 규탄한다!

지난 6월 13일 청계광장에서는 고엽제 전우회, 자유시민연대, 한국자유총연맹, 뉴라이트 등의 보수단체들에 의해 전시되어 있던 미술창작단체 그림공장 작가들의 예술 창작품들이 깨지고 부서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들은 작품들이 ‘빨갱이 짓’이라며 다 때려 부셔버리라는 고함과 함께 집단으로 몰려들어 발로 차고 피켓으로 깨고 군홧발로 짓밟으며 작품들을 파손했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럴수록 그들의 더욱 폭력적 행위는 도를 넘어섰다.

우리는 이 사건을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보수단체회원들은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장갑차에 죽은 사건을 “계집애 둘이 죽은 게 뭐 대수냐.”고 하며 촛불시민농성단과 그림공장 단원들에게 “빨갱이” “북한 가서 살아라”며 폭언을 퍼붓고 구타를 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 빼고는 모두 “빨갱이”인 듯 하다.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정신과 사상이 오롯이 들어있다. 그것은 어떤 다른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역대로 자신의 사상에 맞추어 예술작품을 재단하는 일들은 허다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사진작가 이시우 씨 사건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법률로서 예술을 탄압했다면 이제는 보수단체들이 직접적인 폭력행위로 예술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명백하게 예술에 대한 직접적인 테러행위이다.

<권력의 형태든, 법의 형태든, 관성의 형태든 예술에 대해 미학의 논리가 아닌 그 이외의 논리를 통해 개입하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여 탄압하고 몰살하려는 정신상태는 분명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야만입니다.>
<예술이 한 시대의 문명을 대표하는 거울이 될 수 있는 것은 간절함과 민감함으로 시대의 본질을 통찰하기 때문입니다. 법의 이름으로 예술의 팔다리를 잘라 심판하려는 생각은 베니스의 상인이 피한방울의 오차없이 살을 잘라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오만과 무지의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한 사회가 헌신과 희생으로 이룩한 문명의 탑을 어떤 가치관에 따라 허물 수도 있다는 생각과 같은 위험한 정신상태가 야만입니다.> 라고 이시우 사진작가는 말하였습니다.


천만번 양보한다 해도 생각이 다르다고 예술작품을 때려부수어도 된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나라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한민국 헌법도 어기는 일이고 예술에 대한 관점도 없는 무지한 행동이다.
이것이 2008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러스킨은 ‘문명은 세권의 책을 쓴다. 자연의 책, 역사의 책, 예술의 책이다. 이중 가장 신뢰할 만한 책은 에술의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술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한 가지 기준으로만 맞추어 제작해야 한다면 중세의 암흑시대와 다를 바가 없다.

고엽제 전우회, 자유시민연대, 한국자유총연맹,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들에게 경고한다.
당신들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사회에 사는 걸 망각하지 말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미술작품 파손행위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하며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요구한다.

아울러 경찰에게도 요구한다.
경찰도 13일의 폭력사태를 방관했다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위의 요구사항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리고 예술의 자유가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대처해 나갈 것이다.

2008년 6월 26일
민족미술인협회, 미술인 노동조합, 미술인회의, 우리만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전국공공서비스문화예술분과위원회, 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문화예술자정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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