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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대전일보, 치유의 예술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9.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냉전체제의 막바지에 나타났던 민중미술은 민주화 운동의 선봉이었고 글로벌 시대의 미술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도하였다. 거대 담론이 사라지고 개인주의와 상업주의가 횡행하는 오늘날의 미술은 혼란한 이 시대의 산물이며 그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인류는 많은 아픔을 겪고 있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에 시달리고 있고,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 미개발국을 착취하는 서구 선진국들의 세계화라는 덫에 걸려 빈곤과 갖가지 부작용을 앓고 있다.

외환위기의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는 추운 겨울보다도 더 매섭게 우리를 덮쳐 오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먼지만 풀풀 날리고 일자리를 잃는다거나 장사를 접어야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이 엄습해 온다. 전 지구를 덮친 경제위기는 과거의 대공황시대를 능가하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정자들은 국민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듯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물고 뜯는 정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추악한 투쟁은 마치 먹이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굶주린 이리떼와 같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은 더욱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은 더욱 빈곤해질 지경이다.

아무도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불행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치유의 예술’은 없을까?

지금 예술의 힘은 미약하고 보잘것없다. 예술이 사회적 기능과 책무를 제대로 할 때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을 것이며 잃었던 힘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는 예술가들의 자세가 요구되는 때다.


임재광<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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