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돌아온 오월 `공감과 저항’ 속으로

돌아온 오월 `공감과 저항’ 속으로

5·18 29주년, 어떤 행사들로 꾸며졌나

이광재 jajuy@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04-29 07:00:00




5·18 29주년을 앞둔 광주는 뒤숭숭하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설 옛 전남도청의 별관 문제 때문이다. 별관의 역사적 가치에 무게를 둔 `보존론’과 오월의 에너지를 세계적 문화발전소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철거론’이 한치 양보도 없는 가운데 양측의 물리적 충돌도 심심찮게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도청별관을 사무실로 사용했던 5·18기념행사위원회도 올해는 옛 도청 민원실 1층으로 옮겼다.

이런 가운데 5·18행사를 주도할 행사위원회가 지난 23일 출범, 일정별 행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별관 논란이 5·18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관심이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어져야 하는 5월행사 그 자체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30주년을 앞두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29주년 기념행사 전반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민중의 뜻대로! 다시 오월이다”

올해 29주년 행사를 관통하는 슬로건은 “민중의 뜻대로! 다시 오월이다”로 정해졌다. 지난해는 시민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공모를 통해 “참여 해요 5·18, 함께 해요 6·10”으로 결정됐지만, 올해는 행사위 기획단 내부 논의를 통해 정했다.

행사 주제어로는 `공감(共感·Sympathy)’과 `저항(抵抗·Resistance)’이다. `공감’은 부당한 현실이 5·18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시대정신에 공감해 우리를 다시 모이게 한다는 의미이고, `저항’은 역사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오월항쟁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올해 처음 마련된 것들

올해 행사위원회는 처음으로 행사위 규약과 행사 엠블렘을 만들었다.

우선, 행사위 규약의 경우 매년 오월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조직구성과 운영원칙·회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조직 분야에선 상임행사위원장과 공동행사위원장단의 임기를 1년으로 정했다. 이는 행사위원회가 매년 5·18을 앞두고 닥쳐서 준비되지 않도록, 최소 1년 전부터 상시적인 준비 체계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또한 노동·여성·시민·진보 등 각 부문별 대표성을 갖는 행사위원장단의 경우 분기별 1회의 정기회의를 갖도록 해, 이름만 내거는 게 아니라 실질적 모임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엠블렘도 올해 처음 마련돼, 앞으로 매년 5월 행사 때마다 각종 홍보에 사용될 예정이다. 엠블렘의 형상은 5·18이라는 숫자와 옛 도청앞 분수대를 기본 모습으로 담고 있다. 5·18이란 숫자는 미완의 형태인데 총을 든 시민군과 그 자손을 형상화했고, 80년의 공감대를 확정시켜낼 광장으로서 분수대는 맨 윗부분에 민중의 생명력으로 승화하는 오월 영령의 넋을 표현하고 있다.



▶오월기념주간(5월4~27일) 운영

본격적인 29주년 5·18기념행사는 5월4일 망월묘역(구묘역)에서 시작된다. 각종 추모글과 현시기의 사회적 이슈 등을 구호나 자유로운 표현으로 담은 만장들이 설치된다. 이 `만장설치전’은 울긋불긋한 색깔의 기다란 세로천으로 눈길을 끌고, 그 안에 새겨진 글귀들을 따라 읽어가면서 추모와 오월정신 계승의 뜻을 다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5·18민주묘지에선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관하는 5·18어린이학교도 함께 열린다.

이후 4주에 걸친 행사들은 국립5·18민주묘지와 망월묘역, 금남로와 양동시장, 전남대 등에서 차례로 열린다. 올해 5·18은 평일인 월요일이므로, 금남로 주요 행사는 16·17일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5월행사의 마지막은 80년 당시 계엄군의 진압으로 항쟁이 막을 내렸던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부활제’로 끝난다.



▶ 발길 끄는 현장들

△항쟁의 후방보급기지에서 열리는 `대동세상’(5월14~16일 양동시장 일대)

이번 오월행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양동시장 일대에서 14일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5·18대동세상’이다.

양동시장은 80년 당시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시민들에게 먹을거리와 음료수 등을 제공하는, 이른바 `시민군의 보급기지’로서 역할을 했다. 때문에 이곳에 대한 사회과학적 재조명과 함께 공간이 가졌던 저항정신과 대동정신을 담는 행사로 꾸며진다. 특히 대규모 군중동원보다는 가치에 무게를 두는 실험적 프로그램들이 주로 배치된다.

14일엔 광주지역 놀이패와 노조, 학생 등 60여명으로 구성된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놀이패 `신명’의 대표적 오월마당극 `일어서는 사람들’이 공연된다. 둘째날에는 `양동시장에서 평등을 꿈꾸다’는 주제로, 나눔장터가 열린다. 시장 속의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또한 당시 시민들 누구나 함께 나눠먹었던 주먹밥 나눠먹기 행사나, 헌혈 캠페인도 벌어진다.

16일에는 캐리어 노동조합 문화패의 모듬북 공연 `가자! 오월의 희망으로’와 정태춘 씨 등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행사 기간에는 폭 2미터, 길이 200미터에 달하는 천에 오월 판화와 오월정신을 표현하는 시를 적어 전시하는 `오월을 기억하고 오늘을 저항하라’는 걸개 전시가 마련되고, 양동시장의 80년과 오늘을 담은 아카이브전 `오월상생’ 전도 열린다.



△오월전 `벽을 문으로’(5월14~27일 상무관)

80년 당시 계엄군에 의해 학살된 시신들의 안치소로 사용됐던 상무관도 올해 기념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사)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광주지회가 주관하는 오월미술전 `벽을 문으로’전시가 그것. 협회 소속 20여 명의 작가들이 회화와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예술작품을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이 오월 유적지라는 점, 그리고 현재 체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간의 특성과 현재적 오월의 전개상황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는 계획이다.

민미협 광주지회 관계자는 “5월을 소재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작가가 직면하고 있는 당대의 현실에 주목하는 작품들이 전시될 것”이라며 “현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공간체험과 함께 현안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일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버스 타고 찾아보는 그날의 흔적들, `5·18역사기행’(5월9~24일)

지난해 외지 참배객들로부터 특히 큰 호응을 얻었던 `5·18역사기행’은 올해도 계속된다. 80년 당시 광주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던 항쟁의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체험과 교육이 동시에 이뤄진다.

우선 옛 도청에선 계엄군에 맞서는 시민군 역할체험을 해보고, 참가자 스스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먹으면서 나눔의 의미를 새겨본다. 이어 상무지구에 복원돼 있는 상무대 영창으로 옮겨 당시 계엄군에 끌려간 시민군들의 고통을 체험해보는 순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5·18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이같은 과정의 끝에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가 있다. 체험을 통한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 이어 역사기행을 주관하는 전교조과지부 관계자는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주요 참가 대상”이라며 “오월항쟁 정신을 교육하게 체험하게 함으로써 역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역사기행 코스로도 활용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첨단지구 내 영화`화려한 휴갗세트장은 올해는 볼 수 없게 된 점은 아쉽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