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산민예총의 새로운 조직운영을 위하여
배인석 글
2010/05/30 21:21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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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부산민예총의 새로운 조직운영을 위하여
1. 조직의 민주적 운영 문제
헌법 즉 문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운영의 완성이 아직도 미완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선거승리를 민주주의의 확장이라 할 정도이니 역으로 보면 민주주의라는 대의는 그들에게도 아직 진행형인 것이다. 예술가 조직인 부산민예총의 경우도 이를 적용하여 보지 못할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 이를 조직에 적용시킨다면 회원들에 의해 회를 운영한다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그동안 부산민예총은 이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 가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것 같다. 아직도 회장을 뽑는데, 완전한 선거절차와 선거운동의 과정, 그리고 비밀투표와 직접선거형식의 완성된 형식 적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절차를 거치야 하는 그 의미를 잘 살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서구의 제도로 어떤 지도자를 뽑는 절차는 나름대로 과학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과학의 핵심은 지도자를 원하는 사람의 미래 비전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공약에 대한 검증을 대중적인 논쟁과 토론에 의해 합의와 결정에 이르는 그 기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회원들에 의한 운영이란 특별한 선거기간을 통하여 한꺼번에 표출되기도 하지만, 평상시 여러 문제를 입안하고 그에 합당한 판단과 합의를 회 내에서 어느 정도 현실화하고 있으며, 집행부가 스스로 그 의지와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회원들의 참여를 일깨워주는 교육적인 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부산민예총 회원들의 수가 적고, 그리 크지 않은 도시공간에서 회원들이 모여 있는 특성에다 상호 소통의 매체가 발달한 현재에 있어 조직의 운영방식과 체계를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새로이 고민해 봄직 하다.
2. 시대 변화에 따른 예술조직의 변화
여기에는 먼저 민예총이란 조직의 생명체를 부산의 문화 생태에서 어떻게 스스로 규정하느냐 하는 선행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단독적인 생명체로 태어나 살다가 죽음을 맞아 살아지는 한 세대만의 조직인가? 아니면 대를 이어 생명체의 육신과 정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가? 뭔 대충 이런 문제의 선택에 있다. 전자보다 후자는 그리 간단치 않을뿐더러 미래의 문화 환경을 예측하고 동시에 그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대책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조직을 구성하는 부속품의 교체와 폐기에 따른 합당한 선택을 매번 시기별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많은 혼란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조직을 구성하는 시대정신과 조직체계, 그리고 인물들을 끊임없이 다듬고 새로이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름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정신이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민예총이 이제 생긴지 10년이 되어가고 있다.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 집단이 매 단계별로 어떤 문화정신을 가지고 변모해 왔느냐? 한번 쯤 객관적으로 정리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 조직에서의 젊음이란 나이와 세대가 아닌 그 집행정신으로 규정하며, 신선함이란 기존의 집단이 아닌 새로운 집단의 부상에 있는 것이다. 부산민예총이 이 젊음과 신선함을 내적으로 키워왔는지, 또한 과연 염두에 두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80년대를 넘어 지금의 시대를 부산민예총의 구성원은 어떻게 공식적인 담론으로 시대규정을 하고 있는가? 도 문제를 푸는 본질이다. 잠시 미술 쪽 담론의 예이긴 하지만 현재 예술조직에 관한 아래 글을 참고해 보자.
견고한 조직체의 종언과 느슨하고 열린 관계망의 시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10여 년간 미술생태계에서 일어난 변화의 폭은 너무나 역동적이고 흥미롭다. 그러나 이런 역동적인 변화에 비해 오히려 침체되고 쇠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미 1980년대에 정치, 사회적 표현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이른바 ‘진보적인 예술단체’들이었다. 1980년대엔 진보적 미술단체와 보수적 미술단체 간의 활동은 매우 다른 성격을 띠었는데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은 1945년 후의 해방공간에서 미술계가 좌익과 우익 그룹으로 분열되어 극단적인 유사정치단체의 활동을 벌이던 때와 흡사했다.
1990년대 들어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정치적, 사회적 변화 앞에서 한국의 소위
’진보적 예술단체’들은 새로운 비전을 찾지 못하고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들은 참신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금까지 그저 관성과 타성 그리고 인맥의 한계 안에서 맴돌며 단체의 명맥만 겨우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게도 ‘진보적’이라고 했던 단체들이 이젠 ‘진부한’ 모임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특히 최근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보수단체 작가들의 그림들과 그다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유사하기도 하다. 이런 사태는 한마디로 미학적 나침반의 상실이라 할 만하다.
현재 미술계에서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복합적인 매체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들은 민예총이나 민미협의 민족, 민중미술을 표방하는 작가들이 아니라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펼치며 서로에게 촉매 역할을 하는 무소속의 젊은 작가, 활동가, 기획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쟁점에 따라 느슨하게 연대하고 협업하며 다시 각자 다른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흩어진다. 또한 이들은 관심사와 사안의 경중에 따라 특정한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세미나, 퍼포먼스,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출몰하며 인터넷 상의 소통과 여론화에도 발빠른 능숙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열린 네트워킹에 강하고 행동반경이 넓은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 미술계가 진보나 보수로 나누어질 만큼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단순하지도 않은 이러한 시대에,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으로 내려가는 하향식 정당조직처럼 형성된 과거형의 견고한 예술가 조직, 단체, 협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견고하고 안정된 조직을 지향할수록 그 역동성은 쉽게 쇠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견고한 조직이란 태생적으로 배제의 논리를 깔고 있으므로 유동적인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폭넓은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인색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새로운 정보가 넘쳐나고 문화예술적 환경이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견고한 예술조직이란 도그마(dogma)라는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에 불과하다. 단언하건대 닫힌 조직의 생명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소멸하기 마련이다. 가장 최근의 과학적 논의인 복잡계(Complexity system) 이론에서도 ‘창조는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생긴다’라고 말한다. 이는 단지 자연과학의 논리에서만 증명되는 이론이 아니라 문화예술생태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문화예술생태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이들은 중심이 없이 느슨하고 열린 관계망을 형성하며,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질서를 형성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즉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술인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미학적인 지향점도 불분명해지고 정치적 운영능력도 떨어지는 유효기간이 지난 구시대적 미술단체들이 그나마 회원들의 권익보호나 활동지원과 같은 실용적인 역할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아무런 쓸모없는 폐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구성원들 스스로 과감히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 지역 미술생태계 2.0을 위하여_백종옥(미술생태연구소 소장 )
3. 새로운 예술 조직의 내용
먼저 부산민미협 논의의 결론을 참고로 한다면,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가능케 하는 개인 중심의 느슨한 조직구성과 프로젝트별로 결합과 분산이 자유로운 조직이다. 그전에 본부에서 허가난 지회로서의 지위문제도 이와 유사하게 대입하여 푸는 것이다. 여기에는 본부라는 개념이 없다. 그냥 유사한 예술정신과 프로젝트를 중심에 둔 한시적, 지속적 네트워크만 있을 뿐이다. 지역의 공공기금의 수혜문제는 그동안 지역에서 같이 문화 활동을 했던 축적된 힘으로 현실적인 존재를 이해시키는 정도로 해결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은 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최종적으로 지원과 간섭이 분리된 문화정책과 예술에 합당한 문화조직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상을 세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프로젝트의 수립은 네트워크의 가능치 만큼 넓고 그 힘의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린 네트워크 정신이다. 이는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든다면 4대강 문제는 남한에서 일어나는 해당 강이 있는 지역의 문제도 아니고 남한만의 문제도 아니며, 예술가에겐 한 정권의 독단적인 정책에 볼모로 잡힌 전 지구적인 환경의 문제로 이해를 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예술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다. 느슨하고 열린 관계 그물망이 강하고 파급력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행한다고 보면 되겠다. 때문에 새로운 조직의 집행체계는 관계의 연결로서의 연락소와 개인의 욕구를 보장하여 프로젝트화 시키는 채집체계와 이를 잘 다듬어내는 가공처가 필요 할 것이다. 이런 조직의 최소 단위는 개인에서부터 서로의 이념과 목적을 위해 결사한 작은 단체들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의 목적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하겠다. 팀 내부의 운영원리는 그때그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는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또 혼합의 형태든 그 팀원들이 결정 할 문제이다. 이상 간단하게 부산민예총의 새로운 조직운영을 위해 가진 저의 짧은 소견을 밝혀 봅니다. 더 많은 분들의 총기를 더하여 소기의 성과를 같이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배인석(부산민예총미디어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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