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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10년~2019년대 자료

[성명서] 도라산역 벽화 철거는 시대착오적인 국가폭력임을 만천하에 고한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3.

[성명서]
도라산역 벽화 철거는 시대착오적인
국가폭력임을 만천하에 고한다.

비무장지대 생태벽화 조형연구소 이반 대표의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 벽화 15점이 뜯겨져 나갔다.  이미 7천만 겨레의 공공재가 된 미술작품을 소유주라는 이유만으로 파괴한 행위는 평택 대추리에 조성된 100여점의 문화예술작품을 파괴한 국가폭력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우리 미술인들과 예술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작품을 훼손한 이유가 ‘민중적이며 어둡고 칙칙하다는 관광객·전문가의 의견’이라는 허무맹랑한 것이며 작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적잖이 훼손되었다고 하니, 벽화제작에만 2년동안 쏟아낸 평생의 작업과 작가의 혼을 무참히 짓밟은 것을 넘어 7천만 겨레의 통일염원을 짓밟은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작가가, 그리고 한 국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한 벽화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나라가 지구상 어느 문명국가에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나치시대도 스탈린시대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국가권력이 문화예술에 이 같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재의 위정자들이 입만 열면 내뱉는 이른바 국격의 손상이자 문명사회의 수치”라고 말한 이반 화백의 일갈은 그래서 더 울림이 크다.

벽화 철거가 작가에게 알려진 경위도 몇 달이 지나서야 우연히 작가에게 알려졌다고 하니 관계당국의 예술인과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천박한 수준에 이르러 있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 참으로 비참하기조차 하다.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이미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대립이 심화되어 있고, 국민 대다수는 이명박정부의 민주주의의 후퇴를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  작품이 ‘지나치게 민중적’이라는 것이 철거의 이유라면 시장통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사먹는 대통령이야말로 당장에 물러나야하지 않겠는가?  또한, 작품이 ‘어둡고 칙칙하다’는 것이 철거의 이유라면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세기의 걸작이 아닌 세기의 졸작이라야 하지 않겠는가?

‘생명·인간·자유·평화·자연사랑’의 만해(한용운) 정신을 사랑한 작가의 작품이 도라산역과 같은 의미있는 공공장소에 내걸린 순간 이는 이미 작가 개인의 것도, 예산을 집행한 정부의 것도 아닌 만인의 것이 되었다.  정부가 ‘소유주의 뜻대로 처분한다’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무지몽매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상상공간-DMZ 600리展’을 개최하는 우리 작가들은 평생을 비무장지대로 상징되는 분단과 통일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삼아 일생의 혼을 바친 이반 화백의 작가정신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또한 작가가 20여년 동안 작품 주제로 천착해 온 비무장지대야말로 분단의 상징이 아닌 새로운 생명과 평화의 터전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두 눈으로, 가슴으로 목격하였음을 고백한다.

관계당국은 훼손한 작가 이반의 통일광장 벽화를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몰상식한 파괴행위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한다.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시대의 산물이며 현실의 거울이다.  우리 시대는 한 예술가의 생의 역작이 국가권력에 의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야만과 폭력의 시대이다.  그래서 우리는 싸울 것이다.

- 당국은 철거된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 벽화를 즉각 원상복구 하라!
- 당국은 야만적 작품훼손을 작가와 온 국민 앞에 사죄하라!
-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2010. 9. 14

상상공간-DMZ 600리展에 부쳐
(사)민족미술인협회경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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