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가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한쪽은 소위 개념미술(Conceptual Art) 진영이고 다른 한쪽은 진짜 그림을 옹호하는 조형미술계이다. 이들은 지금 전쟁 중에 있다. 혹은 전쟁이 이미 끝났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젊은 영국작가들로 대표되는 개념미술가들이 수많은 미술상들을 휩쓸었으며, 특히 권위 있는 터너상을 비롯하여 테이트 갤러리와 테이트 모던 전시장을 점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한편 현실에 바탕을 둔 리얼페인팅은 퇴각하였다. 현실과 상상을 통해 인간의 손으로, 유화로 직접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은 마치 구시대의 유물인 양 취급되고 평가절하되었다. 이제 미술계는 온통 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프로젝션, 레디메이드 오브제, 죽은 동물들, 조작된 사진들과 외설 작품들로 가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조가 바뀔 것인가? 런던에서 5월 19일 개막한 “Being Present"전은 리얼페인팅을 옹호하는 8명의 젊은 영국 작가가 참가하고 있다. 이들 중 유명작가인 스튜어트 피어슨-라이트의 ‘에딘버러 공작의 초상’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다. 과연 이들의 작품이 개념미술이 득세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미술계에도 유행이 있다. 1940년대와 1950년대는 정말 조형미술에 대해 나쁜 선입견이 지배적인 시대였다. 하지만 추상미술에 경도된 그 시대도 이제 지나갔고 관객들은 프란시스 베이컨, 데이비드 호크니, 루시안 프로이드, 프랑크 아우어바하의 사실적 작품들을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유행이 좋은 작가 나쁜 작가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희생자를 만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미술계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과대평가되는 작가도 있고 부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도 많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모두 다 수용해서도 안 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싫어한다고 모두 다 배척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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