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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2001년~2009년 전시

배인석展_“2009년 120mm 안에 갇힌 힘없는 그림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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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0mm 안에 갇힌 힘없는 그림들”

끝나지 않는 전시_배인석展_

2009.6.1-6.12_

용산참사현장 갤러리 레아



******

1.

나는 자식이 없으니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잘 모른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생각은 뭐도 모르는 놈의 막연한 이야기려니 치부하여도 좋을 듯싶다. 그 생각이란 뭔고 하니 대략 이런 단순한 발상이다. 내게 자식이 있다면 기성의 것을 무시하더라도 그 자신의 마음대로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키워야겠다는 것이다. 단지 마음대로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이걸 설명하기란 약간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세상에 권유하는 식으로 표현을 해보자. “나의 마음같이 살아 보실래요?” 아니면 “저 사람 마음같이 되도록 우리 같이 도와줍시다.” 이런 표현을 해 본들 거듭 어려워지는 건 또한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세상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것이 서로 엉키지 않게 각자의 마음대로 살다 갈 수가 정말 있는 것일까? 우리들의 자식이란 놈들은 상당히 나와 다른 환경과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을 상대해야겠지? 에고 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적은 것 같기도 하고 오락가락 복잡해 질 무렵 나는 생각을 멈추어 버린다. 아직 나에겐 무자식이 상팔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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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 글에 웬 자신의 상팔자 타령을 하는 것일까? 그냥 내가 끄집어내려고 하는 그림들의 꼬락서니를 이모저모 따져보니, 세상 사람들이 흔히 그림(작품)을 또는 창작행위를 자식과 자식 낳는 일로 비교하는 그런 말들이 언뜻 생각나서이다. 물론 자식이 중요하니 작품을 그렇게 비교하여 소중하다. 말할 수 있겠고, 창작은 자식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고 더 중하게 여길 수도 있다고 본다. 계속 따지면 이도 재미있는 논쟁거리지만, 이번은 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 한정하니 여기서 각설을 하자. 나의 몇몇 작업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세상에 영향을 미칠 목적을 가지고 계획되어 진다. 이건 삶의 목적을 잉태 전에 계획할 수 없는 자식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니 세상 속에서 빌빌거리는 나의 작업들은 분명 전적으로 나의 책임임에 다름없는 것이다. 때문에 본 전시에 출품하는 나의 작품들을 못나고 힘없다고 하는 것은 통상의 훌륭한 작가들이 곧 잘하는 겸손의 발로는 아니다. 궁한 놈들끼리 통한다고, 세상에 힘없는 자들의 편을 들고픈, 힘없는 그림이려니 하는 자책일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 보이는 작품들은 나의 개인 블로그에 보관된 작품들로 복사된 이미지로서 그동안 임무를 주어도 그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못난 작품들의 모음이다. 다행히 돈이 되는 환급의 목적은 애초부터 주지 않았으니 그 죄는 모면 한다.

  

3.

지난 2009년 1월 20일에 일어났던 용산 철거민 참사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목적을 가진 연속진행형의 개인 전시지만, 블로그 밖으로 출력물이란 형태로 나온 나의 작업들의 형식과 내용은 애초부터 각기 다르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부여받은 임무가 다른 작업들의 섞임인 것이다. 그중에는 나의 주변의 소일거리를 위한 작업도 있다. 예전에 기회가 된다면 아주 큰 전시장에서 이놈들을 모아 대형으로 재구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기회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의 전시는 규모에 대해서만은 정 반대로 보여 줄 것이다. 솔직히 작가가 가지는 여러가지 제약 중 시간과 공간, 자금의 제약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모를 반대로 작게 가는 설정에 대한 발상은 당황함을 매개로 하는 주목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선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전시에 크기를 줄이는 불친절함을 감수한다는 것은 자칫 자충수를 둘 수도 있을 것이나 일단 시도를 해 보겠다. 이는 용산 참사 문제에 관심 없는 자들을 관심 있게 하는것 보다는 (이는 여러 작가 동료들이 해 왔으니) 이번에는 관심 있는 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무시를 기반으로 호기심을 충적시키고, 즐거운 촌극을 만들기 위함이다.

  

4

전시장에서 작업은 이렇게 보일 것이다. 올해 용산 철거민 참사가 일어난 월, 일의 숫자를 합쳐서 상징하는 치수 120mm를 가로 세로로 하여 모든 작품을 가두는 것이다. 이로써 일단은 서로 다른 작품들에게 약간의 형식적이고 상징적인 통일성은 최소한으로 주어졌다. 이렇게 투명 아크릴로 보호된 작품들은 대부분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지만, 무관심하면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사연은 친절하게 A4지에 출력하여 배치될 것이다. 궁금한 작품들만 찾아서 보거나 확인하고 가면 된다. 가능하면 돋보기를 비치할까도 싶다. 반면 좀 더 넓은 벽면을 이용한 방명록을 준비 할 것이다. 방명록은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이 스스로 남기는 대형작품이다. 고무지우개로 판 자음과 모음의 도장을 이용하여 조합하여 글을 남기면 된다. 아무튼,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보는 것이다. 항상 전시 때마다 바라는 바이기도 하지만 이번 전시도 부득이한 불친절에도, 이를 바라는 작가의 숨은 욕심은 변함없다. 모두 작고 불편하고 못난 사람들의 비참한 사건과 작품들에 관심을 두시길 바란다. “세상은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닐는지”

■배 인석(글쓰고,놀고,일하고,술쳐먹고,씨부리기도하는화가)

(http://blog.naver.com/kkarak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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