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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신학철 모내기 2차성명서 -검찰 열람 거부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0. 16.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와 사법당국을 강력 규탄한다!!

최근 법무부와 검찰이 화가 신학철의 그림 “모내기”에 대한 작품 열람을 불허키로 결정하고 유엔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법무부의 이러한 작태에 분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자 한다.

1.
지난 4월 18일 유엔인권이사회(HRC)는 화가 신학철의 그림 “모내기” 유죄 판결에 대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표현의 자유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유죄판결에 대한 보상 ▶ 유죄판결의 무효화 ▶법정비용 보상 ▶그림의 원상 복구 및 반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를 90일 이내에 HRC에 통보토록” 권고하였다.

HRC의 이러한 권고가 내려진 직후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정부가 HRC의 권고를 조속히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모내기”의 작가 신학철 또한, 작품 보존상태를 확인하고자 법원에 작품 열람을 신청하였다.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이 같은 요구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퇴락한 냉전적 이념틀에 의해 탄생했으나 이제는 그 생명력이 쇠잔한 ‘국가보안법’ 철폐 움직임과 맞물려 보편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국제적 기준으로 끌어올리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역량과 우리 사회의 민주화 정도를 반영하여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염원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HRC의 권고는 국가와 정부가 예술작품과 문화적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며, 어떤 관점에서 이를 다루는 법과 제도를 벼려야 하는지에 대한 무겁고도 엄숙한 문제제기를 한국사회에 던지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은 이러한 정당하고도 보편적인 요구를 철저히 묵살하는 작태를 보여주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작가의 작품열람 신청에 대해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녹슨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고, HRC의 권고에 대해서도 3주가 다 되도록 비겁한 침묵으로 응대하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비겁한 침묵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한심한 정부 아래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가 느끼는 비애감이란 법원의 높고 근엄한 판결대나 권위적인 검사의 집무실에서 낡고 퇴락한 법조문 해석에 골몰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예술의 존재가치에 대해 무지한 정부와 사법당국의 후안무치 아래서 예술가들은 비애감을 넘어 실존적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한 작가의 영혼적 고뇌가 서려있는 예술작품을 압수하고,  작게 접어서 습기찬 증거품 보관소에 내팽개쳐 둠으로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작품 훼손”을 저지르고도 뻔뻔히 작품 열람마저 거부하는 국가 공권력 앞에서 무엇을 그리며, 무엇을 노래할 수 있단 말인가.

3.
이러한 이유로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표현의 자유 확보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염원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위원회(가)”와 “유엔 권고안 수용을 위한 신학철 ‘모내기’ 문화예술인 비상대책위원회(가)”를 결성하고, 다음과 같이 요구하기로 하였다.

첫째, 정부는 HRC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여 작품반환 및 보상조치를 취하라!!

둘째, 정부는 작품열람을 즉각 허용하고, 작품훼손에 대해 진실하게 사과하라!!

셋째, 정부는 지난 17년간 과거 정부가 저질러 온 인권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사과하라!!

넷째, 정부와 국회는 인권탄압과 표현의 자유 억압을 위해 악용돼 온 반인권적, 반문화적 국가보안법을 즉각 철폐하라!!

여섯째, 정부는 사법적 조치에 의해 압수, 수거 조치된 예술작품의 보존 및 보관에 관한 제도적 틀을 정비하라!!

이상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결연하게 끝까지 싸울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4년 5월 7일(금)



“유엔 권고안 수용을 위한 신학철 ‘모내기’ 문화예술인 비상대책위원회”
민예총, 민미협, 미술인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문화연대, 우리만화연대, 민족사진가협회, 민족서예인협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민족건축가협회, 민족굿위원회, 민족춤위원회, 민족영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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