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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고구려, 반은 찾았나 빼앗겼나.-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0. 24.

[화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된 북한 '고구려 고분군'

 

▲ <357년 제작된 안악3호분의 묘주, 묘주부인 초상화> 안악3호분은 제작연도가 확실히 알려져 있으며 고구려 초기벽화의 귀중한 자료이다.
ⓒ2004 예맥출판사

2004년 7월 1일 중국 소주(쑤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에서 신청한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을 동시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키로 결정하였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북한 고구려 고분들은 유네스코의 유물 보존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6년마다 유네스코에 정기이행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올해에 앞서 2003년에도 북한은 같은 내용을 신청한 바 있었는데, 그때에는 ICOMOS(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 평가보고서에서 등재가 보류되었다. 그래서 올해 등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 <안악3호분의 행렬도(위)와 부억,고깃간,차고 벽화> 높이 2m, 길이 10.5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의 행렬도와 고구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벽화
ⓒ2004 예맥출판사

첫째는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시도한 고구려 유물·유적 유네스코 등록에 중국만 받아들여지고 북한의 신청이 다시 보류되었다면 고구려 역사에 대해 국제적인 입지가 좁아질 뻔 했다.

둘째는 남한의 문화재청이 북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올해 남한의 대표단은 중국에서 북한측 대표단과 자리를 함께 하며 각국 대표자들을 상대로 북한 문화유산 등재 지지를 요청하는 활동을 벌였다.

또한 ICOMOS-KOREA(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는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수준 높은 자료를 각국 대표에게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

▲ <안악3호분의 생생한 벽화> 무덤을 호위하는 듯한 도끼를 든 무사 그림(위)과 우물가의 풍경을 그린 벽화
ⓒ2004 예맥출판사

셋째로는 북한 유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됨으로써 핵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던 북한의 입지가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치로 막힌 외교를 문화를 뚫어낸 셈인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북한 지도자들은 역사유물과 유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단지 많은 유물·유적들을 훼손 없이 보존하기 위한 재정적·기술적 토대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북한의 조선중악역사박물관은 소장품에 대한 도록(圖錄)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

물론 고구려고분벽화를 위해 문화재청이 유네스코를 통해 2000년부터 매년 10만불씩 지원하고는 있지만 그런 정도로 북한의 문화재 보존·보호에 실효가 있을 지는 의문스러운 일이다. 또한 유네스코를 통한 우회 지원 방법도 재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향후 북한 문화재 보존과 수리에 남한의 문화재청과 문화재연구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할 실정이다. 문화재는 남북한의 체제나 이념과는 아무 상관없는 역사의 산물인 만큼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의 규모와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4세기말에서 5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동명왕릉 벽화. 대부분 박탈되어 연꽃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2004 예맥출판사

한동안 남북문화교류에 적잖은 침체도 있었지만 이번 중국에서 열린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감동하였듯이 앞으로 남북 문화재 교류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중국에서 등록한 고구려 유물·유적에 대한 자료는 입수하지 못하였지만 ICOMOS-KOREA에서 유네스코 위원회에게 제출한 북한 '고구려 고분군' 슬라이드 필름을 독자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00여년 전 동아시아를 지배하던 고구려가 남긴 거대한 고분과 고분벽화는 장대한 스케일이 우선 특징이다. 그 고분벽화 속에는 고대 고구려인의 넘치는 기상과 지배자로서의 삶과 우주관이 담긴 훌륭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고구려의 무덤은 중국 퉁구지역과 북한에 걸쳐 총 13000여 기나 되며, 그중 벽화가 있는 무덤은 퉁구지역에 20여 기, 북한측에 70여 기가 된다. 그중 대표적인 고군벽화는 대략 16여 기가 되며 몇 번의 연재를 통해 면밀히 소개한다.

▲ <안악1호분의 수렵도, 비어 비마도, 기린도> 황해남도에 위치한 안악고분 벽화 중 1호분은 고구려인의 기상과 풍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힘찬 수렵도나 상상 속의 동물들에서 그런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2004 예맥출판사

그 소개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처음으로 안악3호분, 동명왕릉, 안악1호분, 덕흥리고분, 약수리 고분, 용강대묘의 최근 사진과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는 쌍영총, 수산리고분, 안악2호분, 덕화리1호분, 덕화리2호분이며 연재 마지막에는 호남리사신총, 진파리4호분, 진파리1호분, 강서대묘, 강서중묘까지이다.

먼저 여섯 기의 고구려 고분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연재를 통해 독자들께 상세히 소개되는 고구려 고분 사진은 유네스코 자료집을 맡은 예맥출판사(대표 유성웅)에서 자료협조를 해주었다. 지면을 통해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짧은 연재를 통해 북한, 중국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동시 등재가 반쯤은 고구려를 지킨 것인지 아니면 반을 빼앗긴 것인지에 대한 고민해보고자 한다.

▲ <덕흥리 고분> 408년에 제작된 평안남도의 고분으로 묘주와 13군태수의 벽화(위)와 관리들의 모습을 생생히 남겨두고 있다.
ⓒ2004 예맥출판사
▲ <덕흥리 고분의 사냥도(위)와 행렬도> 사냥도는 8인의 기마인물이 동물들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다. 행렬도에서는 수레를 탄 주인과 문관, 무관, 기마대열을 볼 수 있다.
ⓒ2004 예맥출판사
▲ <약수리 고분의 수렵도(위)와 백호도> 고구려인의 내세관과 생활상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청룡,주작,백호 등의 그림과 수렵 모습.
ⓒ2004 예맥출판사
▲ <약수리 고분 행렬도> 호위무사없이 말탄 관리들로만 구성된 행렬도. 벽화 이해를 돕기 위한 모사도
ⓒ2004 예맥출판사
▲ <용강대묘 벽화> 아래 모사도. 누각과 담, 저택이 있는 벽화였으나 박탈이 심해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이나 당시 성곽의 형태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다.
ⓒ2004 예맥출판사
이어지는 둘째 편에서는 이번 '고구려고분'에 대한 북한, 중국 동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중국 동북공정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을 비롯한 중국의 속셈을 경계하면서 고구려 고분의 모습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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