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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미술 수첩] 또 불거진 대통령상 갈등…때아닌 ‘달타령’까지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7.

국민일보 : 2005.03.13, 15:39      

미술계에 갈등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파열음의 진원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대통령상 부활이다. 한달전 서울 사간동 국군기무사 부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위한 전시때만 해도 한마음 한뜻을 보였던 미술계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번에는 각자의 입장을 굽힐줄 모른다.

논란은 한국미술협회(이사장 하철경)가 올해부터 미술대전에 대통령상을 부활한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미술협회는 그동안 갖가지 잡음으로 끝없이 추락해온 미술대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문화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상을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하자 일부 미술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민족미술인협회,미술인회의,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은 “미술계 토양을 황폐화시킨 미술대전에 대통령상을 내걸고 권위를 부활시키려는 행태는 무기력하고 안쓰럽다”면서 “문예진흥원이 미협의 구시대적 결정에 손을 들어준 것은 우습기 그지없다”고 지원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협은 “심사위원 개방과 심사공개 등을 통한 공정성 확보가 본질인데도 상 이름을 문제삼는 것은 달은 보지않고 손가락 끝만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반대단체들은 “미협이야말로 개혁의지는 없이 달(권력)만 쳐다보고 안주하려는 격”이라며 느닷없는 ‘달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월말 대통령상 부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미협의 기자회견장 앞에서 대통령상을 ‘밥상’으로 비유한 거리 퍼포먼스를 벌였던 반대파들은 급기야 자신들의 주장을 촉구하는 전시회를 갖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15일부터 4월2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갤러리세줄에서의 ‘그 때 그 상,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전이다.

권여현 김창겸 박태규 양아치 이태호 조습 홍성담 등 34명의 작가들이 “미술대전의 권위회복이 대통령상에 있다는 발상은 유치하다”는 내용의 작품을 내놓는다. 이에 미협은 “이미 공청회까지 거쳐 확정된 사안을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원칙론을 내세운다. 봄을 맞은 미술동네가 한마음 축제를 벌이기는커녕 갈등의 골만 키우는 현실이 안쓰럽다.

이광형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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