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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문화예술위,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7.
문화예술위, 어디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18일 토론회서 위원회 방향ㆍ소위원회 구성안 놓고 격론

3월 18일(금)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문예진흥원 주최로 문화예술위원회 전환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문예진흥원의 문화예술위원회 전환은 현재 모든 문화예술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전환의 당사자인 문예진흥원이 개최하는데다 법안공표이후 처음 열리는 자리여서인지 100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몇몇 사람은 자리를 잡지 못해 행사장 뒤쪽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현기영 원장은 “위원회와 관련된 2년간의 논쟁과 추진과정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과정이었다”는 인사말로 토론회 개최를 알렸다. 양효석 실장은 “그간의 논의가 문화예술위원회 전환에 대한 찬반논의였다면 이번 토론회는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토론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토론회는 ‘위원회의 비전과 역할’, ‘위원회 설립과 문예진흥법 시행령 개정 방향’, ‘소위원회 및 심의제도 운영방향’ 등 세 가지 소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큰 쟁점을 이루었던 사항은 위원회의 상과 소위원회의 방향이었다.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기초예술연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설가 방현석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방현석은 문화예술위원회의 당면과제를 ‘새로운 리더쉽 창출’, ‘새예술정책과 예술현장의 복원’, ‘창의적인 지원정책과 네트워크 사업’, ‘사무처, 소위원회ㆍ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한 미적 성취의 촉진’ 등으로 제시했다. 그는 새예술정책을 “위원회를 낳은 어머니 같은 존재”라 표현하며 “새예술정책이 가진 비전과 긍정성을 실종시키지 않도록 위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위원회-소위원회-사무처 활동을 통해 각 장르의 예술적 성취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은 위원회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 시민자치센터의 임정희 소장은 토론을 통해 “위원회에 대한 상이 매우 다른 것 같다”면서 “문화예술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멀어져 사회와의 연결망을 충분히 넓히지 못할 것”이라며 ‘전문성 이데올로기’의 재고를 주장했다. 숙명여대 김세준 교수도 “민간위원회에서 민이 단지 예술 창작자로만 한정된 것 같다”며 “지원금 분배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가치를 대외에 홍보하고 사회적 가치를 공론화 하는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의 지향이 최고의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인가 예술의 사회적 연결망을 확보하는 것인가라는 논쟁은 방현석 위원장의 반론과 임정희 소장의 재반론 등으로 이어졌으나 뚜렷한 결론점을 찾지는 못했다. 민예총 박인배 기획실장은 “이런 토론들이 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될 문제일 것”이라고 정리해 이 문제가 토론회 테이블 안에서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소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법안에는 ‘위원회는 소위원회를 둘  수 있다’라는 규정만 되어 있고 소위원회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서는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될 부분으로 보인다.
극단 신화의 김영수 대표는 발제를 통해 소위원회가 위원회를 견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소위원회는 위원회와 함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구”라고 전제한 후 동시에 “위원의 독선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위원회의 위원이 독단적인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사무처와 연계하여 소위원회의 의결사항을 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김 대표는 심의제도에 대해 “몇 사람의 소위원회 위원이나 위원회 위원이 3년간 심사를 전담하면 공정하게 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존 문예진흥원의 심사위원 풀과 함께 추가로 심사위원 풀을 구축하여 지원심사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홍승찬 교수는 위원회와 소위원회의 역할 영역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대강의 원칙과 지원대상이 결정되면 소위원회에서 그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한편으로 “평가지표와 시스템의 보완을 위해 전문평가기관을 설립해 소위원회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준호 교수는 “소위원회는 자문, 협력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구조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원회가 장르우선이냐 기능우선이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민예총 박인배 기획실장은 “소위원회는 장르 배분 방식이 아니라 과제기능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반면, 방현석 위원장은 “10여개가 넘는 장르ㆍ기능 소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면서 “대장르별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하여 기능별 소위원회를 포함시키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에 대해 ‘문화권력의 탄생이 아니냐’,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말들에 대해 위원회에 전폭적인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국무용협회의 김복희 이사장은 토론을 통해 “위원회가 새로운 문화권력층의 거소가 되어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준호 교수는 “누구를 뽑느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으며 홍승찬 교수도 “결정도 책임도 위원회가 져야 한다”며 위원회에 전적인 권한을 줄 것을 주장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위원추천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과 함께 위원회 전환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최준호 교수는 “외국의 경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추천위원회를 1년전에 선임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위원추천위원이 조기에 선임되어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박인배 기획실장은 “논의하고 만들어갈 것은 많은데 현실적인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면서 “법령의 부칙을 개정하는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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