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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2010년~2015년 전시

박은태 개인전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9. 24.

가라뫼 사람들 - 새마을 운동의 명암

박은태展 / PARKEUNTAE / 朴銀泰 / painting   2012_1107 ▶ 2012_1113

 

 박은태_당산나무 아래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7×151cm_2012

 

초대일시 / 2012_1107_수요일_06:00pm

 

경기문화재단 유망작가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일요일_10:00am~07:00pm

 

광화랑 GWANG GALLERY_sejong center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안 Tel. +82.2.399.1111 www.sejongpac.or.kr

 

 

새마을운동의 명암 ● 왜 가라뫼 사람들인가? 박정희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산업화의 유공자로, '한강의 기적'의 설계자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래서 독재는 과(過)이지만 경제성장은 그의 공(功)이라는 평가가 난무한다. 박정희는 정말 한국 근대화의 유공자인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선진화'를 바라보고 있는 21세기에 다시'산업화'시대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라뫼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살펴보아야 할 이유다. ● 가라뫼 사람들의 과거는 어떠했는가? 박정희를 산업화의 유공자로 만든 치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다. 박정희가 직접 작사했다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의 새마을노래는 5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아직도 입에서 저절로 맴돌 정도로 전 국민이 새마을운동에 동원되었다. 이 새마을운동은 "유신체제의 구심"으로서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분리될 수 없다. 박정희는 유신쿠데타를 공식화시킨 1972년 10월 17일 특별선언에서 새마을운동을 국가시책의 최우선 과업으로 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신독재는 체제위기에 내몰린 박정희 독재정권의 자구책이었다.

 

 

                       

 

 

박은태_깃발1-갯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450cm_2011

 

한국경제는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차관기업의 부실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졌다. 경제위기에 대해 자본가들은 노동자 해고, 조업단축,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노동쟁의 등 노사분규가 급증했다. 특히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 항거를 계기로 노동자들의 저항은 급속히 확산되었고, 1971년 8월 광주대단지 사태 등 도시서민, 소상인들의 생존권투쟁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 이런 민심의 이반은 1971년 대선에 그대로 드러났다. 박정희는 총투표의 51.2%를 얻어 신민당 김대중에 승리했지만, 김대중은 재벌위주의 개발독재를 비판하여 도시표의 52.3%를 획득했고, 특히 서울에서 58%를 득표했다. 박정희는 경제위기에 이어 정치위기에 몰렸다. 다른 한편, 1970년대 초 미국 주도로 미·중 관계개선 등 동북아시아에서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한반도에서도 긴장완화정책이 촉진되어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대화 압력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정희 개발독재의 반공, 안보 이데올로기의 이완, 균열을 촉진함으로써 이데올로기 차원에서도 위기가 조성되었다.

 

                         

      

 

박은태_둑방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7×151cm_2012

 

이런 총체적 위기에 몰린 박정희 독재정권이 파시즘체제로 전환한 것이 유신체제다. 유신체제는 노동자계급과 노동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억압과 탄압을 통해 저임금·장시간노동 구조를 유지, 강화하려는 체제였다. 그래서'세계 최저의 임금수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세계 최대의 산업재해'가 이 시대의 상징이듯이, 노동자계급에 대해 초과착취 하여 벌어들인 초과이윤을 재벌들에게 몰아주어 급속한 산업화, 즉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이것이 '한강의 기적'의 실체다. 이를 밑받침하기 위해 저곡가 정책 등으로 농민들의 이농을 강제했다. ● 새마을운동은 유신체제의 구심으로 위로부터 기획, 추진되었다. 1970년대 초부터 실시된 농촌과 공장의 새마을운동은 정부의 강압에 의해 위로부터 강제되었다. 농촌 새마을운동은 1960년대 이래 경제개발과정에서 소외된 농촌과 농민을 포섭하는 정치적 프로젝트였다. 공장 새마을운동도 정부의 방침 하에 자본측의 일방적인 지휘?명령으로 강행되었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내세운'조국근대화', '잘 살아보세', '선성장 후분배'는 농민·노동자의 요구와 열망이 표현된 것이 아니라 박정희 독재정권의 대중 동원을 위한 기만적인 통치이데올로기였다.

                         

 

박은태_깃발2-수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17×300cm_2011~2

 

 

 

새마을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을 내세워 농촌에서 정부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농민들의'자발적인'노력동원을 강제했고, 그나마 선별적 지원정책으로 마을간 경쟁을 유발시켜 공동체를 파괴했으며, 중앙집권적 관료체계를 통해 강압적으로 추진되었다. 이것이 환경개선, 의식개혁, 소득증대를 목표로 한 새마을운동의 실상이다. 새마을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은 당시 각 TV방송사의 하루 방송시간 가운데 1/3이상이 새마을운동 관련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는 데서 잘 드러났다. 그래서 '잘살기 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의 취지와는 반대로 이농민이 오히려 늘어났다. 1960년대 전반에 매년 농촌인구 100명 가운데 1.3명이 '헌 마을'을 떠났는데, 1970년대 후반에는 매년 3.7명이 '새마을'이 된 농촌을 떠났다. 이들 이농민은 도시로 와서 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 하의 노동자로, 도시빈민으로 또 다른 착취·수탈·억압에 시달렸다. ● 박정희 개발독재 체제 하에서 이 땅의 가라뫼 사람들, 즉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박은태_노인1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05cm_2012

 

 

가라뫼 사람들의 현재는 어떠한가? 박정희 시대의'산업화'와 민주당 정권의 '민주화'를 거쳐 '선진화'시대에 돌입한 21세기 현재 가라뫼 사람들의 형편은 나아졌는가? 한국경제'세계 10위권 진입', '2016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등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이 땅의 재벌들은 사상최대의 순익을 매년 갱신해가고 있다. 삼성과 현대를 중심으로 한 재벌들은 이미 세계적인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 재벌들이 이처럼 승승장구한 데 반해,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의 실질소득을 1996년과 비교해 보니, 근로소득 하위 20% 계층은 -24.3%, 하위 20~40% 계층은 -9.7%로 줄어든 반면에, 상위 20~40% 계층은 +7.2%, 상위 20% 계층은 +41.3%로 증가했다. 특히 상위 10%는 +53.8%, 상위 1%는 +76.9%, 상위 0.1%는 +155%로 실질소득이 급증하여 부자일수록 더 잘살게 되었다고 한다. 자산에서의 빈부격차는 소득격차보다 더 심해졌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은태_노인2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05cm_2012 박은태_노인3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05cm_2012

 

                         

 

 박은태_노인4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05cm_2012 박은태_노인5_장지에 아크릴채색_150×105cm_2012

 

이렇게 되면서 노동자·민중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었고, 생계 보존을 위한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은 8년째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다. 그중에서도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82명으로 OECD 나라들의 4~5배나 많다. 그 원인은 노인 빈곤이다. 노인 빈곤율은 2010년 현재 45.1%로 OECD 나라들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2위와 배 차이로. 이들 노인 세대가 바로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운동 세대다. 뿐만 아니라, 그 새마을운동 세대의 자식·손자 세대인 2천만 노동자계급 가운데 조직화된 소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는 무권리 상태에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박정희의 후예들이 박정희를 경제성장의 공로자로 치켜세우면서 50년 전의 '조국근대화' '잘 살아보세' '선성장 후분배'의 21세기판 버전인 '선진화' '복지국가' '성장을 통한 분배'를 부르짖고 있다. 다시 한번 노동자·민중을 기만하고 있다. 빨간색 옷을 입고서. 박은태 작가의 '가라뫼 사람들' 그림은 과거이자 현재의 우리 노동자·농민의 소외된 모습이다. ■ 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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