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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안내/2010년~2015년 전시

타리개 트는 어머니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9. 25.

 

 

타리개 트는 어머니

 

삼새

 

가을의 끝자락인가 귀뚜라미 울음은 맥 빠진 소리오오.

끼륵 끼르륵 끼륵!”

젖을 먹은 지 엊그저께 같은데, 어느 덧 순덕이는 얼굴이 뽀사지게 송화 가루보다 고운 청춘 시대를 맞이하였소.

애구, 삼십년만 젊었어도...... 이젠, 이 어미는 가는 인생이지!’

어느 날, 목화밭에서 일을 하는데, 짚신도 짝이 있다고 뚜쟁이부터 중매로부터 호박넝쿨채로 듸굴듸굴 굴러들어오는 콰랑콰랑한 목소리가 잠든 귀를 뚫으오.

순덕이 어멈, 신랑은 뒷산 넘어 사는 이 도령인데 순덕이 선 좀 뵈지 않을래요? 마음도 착하고 쌀이 떨어질 날 없다던데요.”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나! 동네사람 다 듣겠소!”

호호호, 귀머거리 삼년이라서.”

그것도 맞는 말이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더니 할미새가 돌아다니며 조잘거렸나! 마을 사람들이 뒤란의 울타리 길을 오가며 혀가 댓 자루 나오는데,

순덕이는 땡 잡았네!”

그러게 말이여, 여자는 뒤웅박 신세라고 하잖아! 그저 얼굴만 예쁘면 호랑이도 어부바한데.”

하니까, 쪽 마루에 앉아있던 아버지는 들려오는 소리에 초승달 같은 눈웃음치오.

, 장 도령은 몰라도 이 도령은 믿지. 사돈이 되면 나야 좋지만 세간사리가 너무 차이나지 안 칸!” 어머니가 말을 건네니, 말끝이 떨어지기 전에 뚜쟁이 중매 하는 말, “이도령은 순덕이의 얼굴을 우물가에서 보았는지 안달이 났는가 보요. 꿈속에서도 순덕이를 찾는다던데......” 하는 것이었다.

그리어라! 호호호. 그렇다면 상사병 들기 전에 혼례를 올려야겠지. 뚜쟁이 어멈? 우리 집 형편 이야기 하고 중매를 서게나. 딸한테 살살 달래볼 테니까!”

그럴 줄 알고 미리 다 이야기 했지요. 이불 한 채 밖에 준비를 못한다고 하니까, 시어미 될 분이 다 필요 없으니까 빈손으로 오라던데요.”

나 참, 이름만 뚜쟁이 인줄 알았더니 동작도 뚜쟁이 일세.”

중매 한번 잘 못 서면 뺨이 서대요, 잘 서면 금가락지 서 돈 아닌가요?!”

어느 날, 뚜쟁이 어멈은 산을 넘어 오가면서 혼례를 성사 시켜 물 먹는 하마 입처럼 기분이 째지는 날이 되었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산길을 내려오다가 뒹그르르륵 몸이 굴러가는데, 등가죽에 겁나게 많은 바늘을 뾰족 세운 고슴도치란 놈이 갈잎을 뒤집어쓰고 빤히 쳐다 보렸다. 그래도 실성한 모습처럼 하늘을 쳐다보며 웃음보가 터지는 뚜쟁이오.

짝이 있으면 얼른 보내야지!’ 그래도 서운한지 눈물을 찔끔 흘리는 어머니 딸자식을 위해 목화밭에 들어가 하얗게 핀 목화송이를 따오.

농짝은 못해주어도 목화솜 이불은 해주야 하겠지! 서방님과 기분 좋게 합방하려면.’

해는 져 어둠이 깔려 방안에 관솔등잔불이 켜지고 어머니는 타리개 손잡이를 잡아요. 돌리고, 돌리고, 암 가락과 수 가락이 돌아가는 틈 사이에 어머니는 목화솜을 먹여요. 타리개는 씨만 뱉어내고 하얀 솜만 삼키오. 어찌나 배가 고픈지 요놈의 타리개가 밤샘 소리를 지르며 돌아가오.

삐비빅 삐비빅!”

순덕이도 관솔등잔불 옆에 앉아서 타리개를 돌리오.

눈물을 찔끔 지어 짜는 어머니,

얘야, 며칠 전 뚜쟁이 어멈으로부터 중매가 들어왔는데 산 넘어 사는 이도령이라고 하는구나! 시집가게 되면 서방님 말씀 잘 듣고. 부지깽이 삼년, 귀머거리 삼년, 홍두깨 삼년 쥐 죽은 듯 시부모님 잘 모시고 잘 살아가거라! 이 어미도 애비를 하늘처럼 받들며 살아 왔으니까! 아무리 못 난 서방이라도 어딘가 모르게 듬직한 곳이 있으니까 그것만 바라보고 살아라. 서방님 기운을 꺾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인생은 다 그런 것이란다. 만남이 있으면 작별도 있는 거야. 천년만년 살았으면 좋겠지만 한번 태어나면 한번은 간다. 이 어미 보고 싶거들랑 서방님하고 같이 오렴. 이 서방은 법 없이도 사니까 잘 이야기 하면 될 거야! 그렇다고 자주 오면 못 써요. 마음이 착한 사람일수록 더 잘 받들어야 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더 무섭거들랑!”

아버지는 몸이 노곤하신지 코고는 소리가 방앗간 발동기다.

돌리고, 돌리고. 괘종시계 댕댕댕 새벽닭이 우는 지도 모르게 목화솜은 어머니의 검은 눈물의 씨아가 되어 치마폭에 한 아름 안기었소.

에그, 삼돌이가 불쌍하지, 어린 것이 소꼴 베어오랴, 낭구 해오랴, 마음은 태평양인데 우리 순덕이 시집보내야 피죽만 먹고 살겠고, 삼돌아? 후생에서 우리 순덕이 만나렴! 그것도 편안한 모습으로. 부자는 먹고 놀아도 삼대를 가지만 가난은 대대 손 손이라던데 앞으로 너 보기가 민망하구먼!’

나의 서방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타리개를 돌리다가 멈추는 순덕이,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오.

시집가서 이 어미 대신 잘 살아야 될 텐데!’ 어머니는 행주처럼 쥐어짜는지 눈물을 꾹 짜며 딸 순덕이가 타리개를 돌리는 옆모습을 바라보오.

기지개를 펼 겸 방에서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초승달은 서편에 자리 잡아 서릿발이 되었소.

 

 ------------영생불멸의 명작을 위해 도전에 도전 탄생의 문 창작하다. 독학 사십년의 세월 알량한 재주로 한국의 비너스 탄생 십장생 속에 곰에서 태어난 여인을 그려보다.

 옛날 문 사용 오동나무 송판 바탕에 아크릴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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