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빈 공간의 예술적 재탄생을 환영하며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13.

<논평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속 빈 공간의 예술적 재탄생을 환영하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공간사용계획을 제출하면, 예술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문화예술위원회의 김병익 초대예술위원장의 결단이 내려지는 순간, 점거라는 불법예술행위를 감행한 오아시스 프로젝트 예술가들은 환영을 표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7년간이나 목동에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목동 예술인회관 문제에 대한 특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문화예술위원회 소속의 빈 공간을 주목하였다. 예술가들은 이 공간에서의 전시 및 공연 예술 활동을 위해 공간사용신청서를 제출하는 등의 합법적인 과정을 거쳤으나, 승인받지 못하게 되자 지난 10월 3일 새벽, 예술점거를 감행한 것이다. 예술가들의 점거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장 면담으로 이어졌고, 4일 오후 3시 30분에 이루어진 면담에서 김병익 초대 위원장은 “합리적 결단”을 통해, 예술가들의 불법적 행위를 합법적인 예술행사로 변화시켜 주었다. 이번 사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과거 문예진흥원 시절, 관의 입장에 있다가 민간 위원회로의 전환된 직후 취해진 조치로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목동예술인회관건립사업과 연관되어 있어 매우 예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가 유연함을 발휘하여 자칫 불미스러운 사태로 번질 수 있었던 것을 합법적인 영역으로 유도했다는 점과 출범 후 위원회의 사실상 첫 지원사업이 <오아시스 동숭동 프로젝트-720>으로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오아시스 동숭동 프로젝트-720>는 이제 합법적으로 지원받은 공간에서 약720시간(한달)동안 진행될 것이다. 비록 10여평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10월 11일부터 전시와 공연 등의 종합적인 예술행사가 개최되는 곳으로 문예위의 빈 공간이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의 뒤 배경에는“할 수만 있다면 합법으로, 해야만 한다면 불법이라도”감행한 예술가들의 예술행동과 더불어, 서구의 유휴공공건물의 예술적 활용에 대한 모범 사례가 작용했다. 나아가 2004년부터 사막과도 같은 현대도시에서 예술로써 숨쉴 수 있는 숨구멍을 만드는 일련의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상상력을 불어 넣는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예술활동도 한 몫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작성된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문서 “유휴공공건축물의 예술점거 정당성”을 살펴보면, 관공서나 관계부처의 잘 사용되지 않는 빈 공간이나 부속 건물 등은 예술가와 시민들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책적 제안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서울 시정 개발 연구원의 “서울시 문화시설 확충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확인되어지고 있는 바, 창작에서부터 유통과 소비, 산업적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시설 싸이클 형성은, 도시에서 전략적으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을 확보를 통해 21세기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가능하게 되는 배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과거, 문화예술공간을 하드웨어적인 방식으로 조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의미하는 것이자, 공간조성에 필요한 예산편성의 경제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관공서에 속한 빈 공간이 많이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구심이 들만도 하지만, 내년부터 진행될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관공서의 지방 이전은 상당히 많은 수의 공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재활용할 것인가를 고민케 한다.

  전 장르 예술가들이 일상적으로 창작하고 발표하는 공간, 시민들이 예술가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 예술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실험이 일어나는 ‘종합예술공간’이 이제 한국에도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이러한 예술문화적 요구의 출발점에서 새로이 출범한 민간위원회가 정책 결정과 지원에 있어서 현장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구체적인 요구로부터 비롯하기를 바라며, 창조적이고 활기찬 발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민간 주도의 예술정책이 진정으로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새로 시작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5년 10월 5일
오아시스 동숭동 프로젝트 7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결정의경과와의미.hwp
0.02MB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