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서 만나다
장순복 회화展
2007_0523 ▶ 2007_0529
초대일시_2007_0523_수요일_06:00pm
갤러리 눈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미술재료백화점 2층
Tel. 02_747_7277
www.110011.co.kr
장순복의 들녘 - 그의 첫 개인전에 부쳐 ● 장순복이 마흔이 넘어 첫 개인전을 열었다. 십 수년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살면서 그린 그림들이다. 녹록치 않은 생활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차분하고 말 수 없는 그는 용케도 붓을 놓지 않고 오롯이 견디어내어 마침내 그간의 작업들을 풀어내었다.
장순복_봄날은 간다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2
장순복_봄볕 닿는 곳마다_캔버스에 유채_28×33cm_2003
‘들녘에서 만나다’ 장순복의 첫 개인전 제목이다. 장순복이 이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가 사는 부근의 풍경과 이웃들이다. 모두 실재하는 것들이며, 실존하는 인물들인데, 이들 모두를 조금의 가감이나 연출 없이 상당히 직설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 장순복의 들녘이라는 공간은 세차게 바람 부는 곳이다. 마른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들녘, 금방이라도 진눈깨비가 흩날릴 듯 몸을 잔뜩 움츠려들게 하는 들녘이다. 이 들녘에 수확할 열매나 알곡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야생화나 마른 풀들 혹은 노쇠한 할머니들이 위태하게 공간을 지키고 있다. 모두 삶의 절정을 지나 스러져가는 존재들이다. 신산한 인생을 견뎌온 할머니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야생화조차도 꽃으로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척박한 들녘에서 여태껏 살아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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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복_숨 결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03
장순복_어느 맑은 날_캔버스에 유채_65×50cm_2004
발길에 채여도 살아있는 질경이, 한 여름의 뙤약볕에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호박 넝쿨은 애호박 한 알 매달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폭염의 계절을 견디어 낼 것이다. 연로한 몸으로 무거운 짐을 지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호미라도 들고 있는 들녘의 할머니들.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를 나선 등 굽은 할머니 앞에는 어김없이 가파른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아, 작가가 만난 들녘에서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단조롭고 고단하고 또 막막하다. 하지만 들녘의 인물 곁에는 이처럼 팍팍한 삶을 함께 나눌 가족도 이웃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외따로 혼자 떨어져서 묵묵히 감내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장순복이 살고 있는 상교리의 모습이며, 세계화로 내몰리는 우리의 농촌풍경이다. 도데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을까?
희망은 있기나 한 것일까?
장순복_텃밭을 일구며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4
장순복_하늘로_캔버스에 유채_50×91cm_2003
장순복은 이 모두를 절제된 감정으로 시종일관 차분하고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장순복의 그림을 바라보노라니 가슴속에서 스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생명의 수액이 말라버린 마른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내년, 후년을 기약하기가 조심스러운 할머니들이 휘청거리며 위태하게 옷자락을 끌고 가는 소리인가 보다. 어째서일까. 그 가운데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까마귀떼가 공중을 선회하고 있지 않아도 곧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정말로 가는 길은 왠지 편안해 보이지 않고, 등을 보이며 돌아서는 할머니는 노기 어린 한마디를 뱉어낼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여전히 수상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밑지는 줄 알면서도 해마다 봄이 오면 씨앗을 뿌리는 거친 손들이 있고, 바람 부는 들녘에는 민들레, 할미꽃, 엉겅퀴들이 때맞추어 꽃피울 것이다. 그리고 자리를 뜨지 않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가 바로 장순복이다. ■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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