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식 ‘일사천리’…김 위원장 포도주 또 ‘원샷’
[한겨레] 두 정상, 귓속말 속삭이는 등 시종일관 친근감 표시
김 위원장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 서명 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어진 김 위원장 주최의 환송오찬에서는 북쪽의 김영일 내각 총리와 남쪽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차례로 두 정상의 건강을 기원해 눈길을 끌었다.
◇…4일 오후 1시 김 위원장이 선언문 서명을 하기 위해 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비교적 밝은 표정의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안녕하십니까. 편히 쉬셨습니까”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아침 평화자동차와 서해갑문 등을 둘러본 뒤 돌아온 노 대통령은 “아침에 서해갑문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곧바로 두 정상은 준비된 서명식장에 입장했다. 두 정상은 나란히 걸어가며 손을 내밀어 서로 먼저 들어가라고 권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 위원장은 잠시 오른손을 노 대통령의 오른쪽 등에 살짝 올려 친근감도 나타냈다.
남북 실무진 사이에 사전 작업이 충분했던 덕분인지 두 정상은 서명식장에 입장하자마자 곧바로 테이블에 마주앉아 서명했다. 양쪽 실무진은 전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선언문 문구 조율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은 선언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며 밝은 표정으로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자세를 잡았다. 이때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고, 곧 이어 두 정상은 맞잡은 손을 취재진을 향해 높이 들어 보였다. 두 정상은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었고 배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두 정상이 서명하는 동안 남쪽에선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쪽에선 김영일 내각 총리,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두 정상의 뒤에 각각 섰다. 북쪽에서 김 총리와 김 인민무력부장이 배석한 것은 이날 합의에 따라 북쪽 회담의 주역이 될 두 사람을 배려한 조처로 보인다.
◇…두 정상은 서명식을 모두 마친 뒤 환송 오찬이 예정된 백화원 영빈관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테이블에 앉은 뒤 김 위원장은 옆자리의 노 대통령에게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고 설명했다. 원탁 모양의 테이블 중앙에는 노 대통령이 앉았고, 그 왼편에 김 위원장, 오른편에 권양숙씨가 자리잡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시종 웃음을 보인 데 비해 김 위원장은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두 정상은 종종 서로 고개를 기울여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북쪽의 김영일 총리가 먼저 건배사를 했다. 김 총리는 “국방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노무현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선언을 채택하신 데 대해 모두의 마음을 합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며 “오늘 선언은 온겨레에게 새로운 힘과 신실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을 위해,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위해,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남쪽 대표로는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일어나 답사를 했다. 이 장관은 “만남은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께서는 만남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 민족의 장래에 하나같이 소중하고 뜻깊은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위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며 잔을 들었다.
건배사와 답사가 끝나자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 내외와 권 부총리, 김우식 부총리와 차례로 잔을 부딪쳤고, 답사를 한 이 통일부 장관도 김 위원장 자리로 다가와 잔을 부딪쳤다.
◇…이날 행사는 여러모로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비교됐다. 2000년에는 김 위원장이 6·15 공동선언 서명식에 배석한 남쪽 수행원들과 일일이 잔을 부딪쳤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배석했던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사망)과 잔을 맞대며 자축했다. 그러나 이날 서명식에서는 두 정상끼리만 잔을 부딪친 뒤 축배를 들었다.
또 2000년에는 합의문 실무작업을 총괄한 임동원 특별보좌역과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두 정상의 곁에 앉아 서명을 지켜봤으나, 이 날은 정상 둘만 마주 앉았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련한 답례 만찬에서 그랬듯이 김 위원장은 이날도 단번에 마셨다. 노 대통령은 포도주를 조금 남겼다.
평양/공동취재단,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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