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해 계약직 공무원 규정 위반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문화부 산하 책임운영의 기관장이 임기 이전에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것은 김관장이 처음이다.
문화부는 자체 감사 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2005년 5월 프랑스 출신의 미국 현대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작품 ‘여행가방 속의 상자’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작품소장자의 제안가격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그대로 작품수집추천위원회에 제안했고, 작품수집심의위원회의 구입결정이 있기 전에 미리 작품 구입의사 결정사실을 소장자에게 알려주는 등 작품수집및 관리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밀수된 작품을 취득함으로써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도 검찰수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뒤샹의 여행용가방은 지난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62만3000달러(당시 6억원 상당)에 매입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역대 컬렉션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다. 뒤샹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샘(Fountain.1917년)’을 메추리알만 한 크기로 만드는 등 자신의 작품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서류가방 크기의 케이스(39×35×7㎝)에 한데 모았다. 이 작품은 등급에 따라 약 300개의 에디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뒤샹의 ‘여행용 가방’ 구입을 둘러싼 문제는 지난해 5월 민원을 접수한 국무조정실이 특별조사를 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문화부에 작품 구입경위와 진위여부 등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고, 문화부는 작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에 기관경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국무조정실로부터 통관절차 미비 등이 지적되면서 문화부는 관세법 위반여부 등을 조사했고, 관세청은 관세법 위반으로 미술관장을 고발한바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연초에 뒤샹의 문제의 ‘여행가방 속의 상자’ 등을 모아 뒤샹 작품전을 11월 열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 뒤샹 전 대신 ‘손상기화백 작품전’을 열고 있다.
김 관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공동의장 출신으로 지난3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며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사퇴대상자로 직접 거명했던 기관장이다. 조창희 문화부 감사관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뒤샹 작품과 관련한 문화부 감사가 상당히 늦어졌다. 1년5개월여 진행해온 감사를 더 늦기 전에 종결해야 할 시점이 돼서 매듭을 지은 것”이라며 “상부 지시나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 팩트 위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한편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김 관장은 “불명예 퇴진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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