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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경향, 김윤수 前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관 위상 높이려 뒤샹작품 구입”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ㆍ“계약해지 부당” 법적대응 검토

12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들어섰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후 처음 갖는 공식모임이었다. 김 전 관장은 해임의 원인이 된 현대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 구매처인 리치몬드사와의 계약서류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뒤, ‘여행용 가방’을 다룬 영문도록부터 펼쳐 보였다.



"뒤샹의 ‘여행용 가방’은 A부터 E까지 여러 등급이 있고 약 300개의 에디션이 존재해, 같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40여분 동안 도록을 뒤적이던 김 전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2005년 구매·소장한 ‘여행용 가방’이 Aa등급이라고 설명하며 “과도한 금액을 주고 구입했다는 비판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을 구입한 것이 “(계약 해지의) 빌미가 됐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기자회견 하루전인 11일에는 언론에 e메일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장 계약해지의 부당함에 대한 반박문’을 보냈고, ‘여행용 가방’의 구입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며 문화부가 주장한 ‘관련법규 위반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관장은 “문화부에서는 ‘작품구입 계약 체결 전인 2005년 5월30일 이미 작품 구입의사 결정을 상대방에게 알려 작품수집관리규정을 위반했다’고 했지만 이날은 조각분과심의위원회의에서 4가지 조건을 내걸고 작품을 구입키로 결정한 날”이라며 “문화부에서 4가지 조건을 빼고 미리 결정한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년간 미술관 운영이 “불만족스러웠고 아쉬운 점이 많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을 평가했다. “부임하고 보니 시스템이 엉성하고 전문성이 없었습니다. 외국 미술관과 교류하려 했지만 해외에 나가면 상대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미술관의 위상이 낮았습니다. 뒤샹의 작품을 구입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콜렉션을 보강해 관객을 끌고 싶었습니다.”

‘관람객수 감소’ ‘작품수집규정 개정 및 미술관 조직개편’ 등의 배경을 묻자 70세의 노관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매표소 위치가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 삼거리에서 미술관 내로 이동하다보니 실질 관람객수가 감소”했고, “학예실이 작품수집에 관한 전권을 휘두르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을 분리시키고 작품수집규정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부침 많은 이 땅에서 예술가의 자존심으로 견뎌온 50여년 세월이 모질었기 때문일까. 김 전 관장은 할 말이 많았다. “사람들은 내가 미술관에 와서 잘한 일이 두 가지 있대요. 하나는 학예실장을 내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관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뒤샹의 작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잘한 일 두 가지 때문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 아이러니죠.” 그는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글 윤민용·사진 김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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