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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컬쳐뉴스, 김윤수 관장, “문화부 고의적 사실왜곡”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기자회견 통해 입장 밝혀, 미술관 구입 뒤샹작품 보험가만 60만달러 희귀작  
                                    
[안태호 기자]


▲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작품구입과 관련된 서류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전 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계약해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화부는 11월 7일, 김 전 관장이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 작품구입 과정에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등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해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전 관장은 11월 12일 오전 11시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뒤샹 전문가들과 주고받은 서신, 작품구입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서 등을 공개하며 문화부가 계약해지 사유로 든 내용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심의위원회를 통해 작품구입이 결정되기 전에 작품구입결정의사를 통보했다’는 문화부의 주장에 대해 김 전 관장은 “문화부가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부가 구입의사를 밝혔다는 5월 30일의 서신은 조각분과심의위원회가 열려 4가지 조건을 전제로 구입키로 결정한 날이라는 것이다. 4가지 전제조건은 ①구입계약 전에 그 작품의 진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②관장은 적정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가격협상을 할 것, ③구입 시 보험과 운송비는 소장가 측에서 부담할 것, ④계약은 반드시 법적인 근거위에서 보장할 것 등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서신에 함께 기재된 이런 전제조건을 누락한 채 계약체결 전 구입의사 결정을 상대방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여행용 가방’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의 뒤샹 전문가 프란시스 나우만 박사와 교환한 서신과 뒤샹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클린 마티스 모니에의 서신을 공개하며 현대미술관 구입 작품이 A등급과 B등급 사이의 희귀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품 내에 ‘샘’ 미니어처에 ‘R.Mutt’라는 사인이 있다는 점과 ‘글라이더’가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독특한 위치를 증명해 준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이 2005년 구입한 ‘여행용 가방’의 에디션은 300여개에 이른다. 작품의 질에 따라 A에서 G까지 등급이 나누어진다. 이 중 뒤샹이 직접 제작한 것은 A와 B시리즈. C 이하의 시리즈는 딸 등 타인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샘’ 미니어처에 사인이 있는 것은 A시리즈와 B시리즈 일부이며, 글라이더 역시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다.

미술관측은 문화부의 재감정 요청에 이러한 내용들을 보고했지만, 문화부는 작품가격이 포함된 것을 요구했다. 결국 크리스티에 감정을 요청한 결과 보험가액도 60만달러에 달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김 전 관장은 밝혔다.

김 전 관장은 “주변에서 자신에게 재임시절 잘 한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평판이 안 좋은 학예실장을 내보낸 것 두 번째가 뒤샹작품을 들여놓은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 두가지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아이러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해외미술관을 다녀보니 국가적인 위상이 너무 낮다는 걸 느꼈다. 후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컬렉션을 보강하려는 취지에서 뒤샹작품을 들여놓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 전 관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관람객수 감소’ 등 미술관 운영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무원이어서 참고 견뎌야 했던 억울함’을 해소하려던 것일까. 김 전 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화부는 사실왜곡까지 동원한 억지감사를 통해 무리하게 그를 내쫓은 것이 된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려는 게 아니’라고 전제한 후, 자신의 해임에 대해 ‘정치적으로 나가라는 얘기, 좌파적출’이라며 “주변에서 몇 달 동안 버틴 것도 대단하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씁쓸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편집 : [안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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