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트센터 20일까지 박영균전
인형 통해 사람 이야기 풀어
동시대 미술 저항 속내 표현
화가 박영균은 대학 때부터 1990년대 초까지 '민중'과 '통일'을 그렸다. 2000년도에 즈음해서는 "우리 '386'은 뭐였냐?"는 고민을 그림으로 풀어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역사'와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절규를 다큐 영상으로 담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최근 토이스토리와 같은 만화에서나 보일 법한 그림들을 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박영균 '분홍밤'
지금 부산아트센터(051-461-4558·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로비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영균 개인전 '분홍·밤-Candlelight night'은 그런 박영균의 속내를 보여준다.
전시된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람이 아닌, 레고 인형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인형들과 미미나 솔저 등 다양한 인간 형상의 플라스틱 인형들이다. 박영균은 밝히길 "플라스틱이 좋다"고 했다. 화려한 색의 플라스틱은 생활에 필수 재료이면서 쉽게 쓰고 버려지는, 한 일만큼 대우를 못받는 존재라서다. 따라서 플라스틱 인형의 이미지를 쓴 것은 "고상함에 대한 도전이며,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인형이 오히려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 대신 플라스틱 인형을 통해 그가 말하려는 '사람 이야기'는 높이 2.6m의 작품 '촛불소녀'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촛불을 든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흐릿하게 처리한 캐릭터 그림. 어느날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촛불시위에서 박영균은 촛불을 든 소녀를 발견했던 듯하다. "중계를 보며 촛불소녀를 그렸다. 그냥 그리고 싶었다. 울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희미하게 그렸다. 촛불이 우리를 잊어버릴 건지 우리가 촛불을 잊어버릴 건지…."
이번 전시의 대표작 '분홍·밤'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가로 3.5m 세로 1.6m가 넘는 대형 유화인데,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 의사, 학생 등의 모습을 한 레고 인형들이 저마다 손을 치켜들고 뭔가를 다짐하는 모습이다. '촛불로 밝혀진 밤(candle light night)'에 그런 인간 군상을 내세워 작가 박영균이 무엇을 다짐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밖에도 박영균은 장난감과 만화 인터넷 신문의 포토 뉴스에 나오는 이미지를 뒤섞어 평면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다수 선보이고 있는데, "기존 회화라는 틀에 반항하고 싶고, 도전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대의 의미를 대표하는 극적 사건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고 동시에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않는 동시대 미술에 대해 저항하고 싶다, 이번 전시에 담은 박영균의 속내는 그런 것이 아닐까. 20일까지 전시.
임광명 기자 kmyim@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11.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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