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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파이낸셜 뉴스, 일민미술관 중진 조각가 심정수전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1980년대 뒤틀린 인체 조각을 통해 시대상을 고발했던 조각가 심정수(66). 사회비판적인 작가들이 지난 1979년 결성한 모임인 ‘현실과 발언’의 회원으로, 이른바 민중미술 진영으로 분류되는 작가다. 하지만 이런 도식적인 분류가 조각가 심정수에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이 어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심정수의 화두는 한국적 조형을 찾는 일이었고 이를 위해 장승, 농악, 재래식 농기구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춤 동작이나 바람, 추락했다가 튕겨 오르는 물체의 비상 등은 꾸준히 그가 매력을 갖고 작업해온 소재다.

조각가 심정수의 40여년 조각 인생을 보여주는 전시가 ‘팬텀 리얼(Phantom real)’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02-2020-2055)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주제나 재료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형식의 측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추상이냐 구상이냐 하는 구분은 그에게 의미가 없고, 표현상의 필요에 따라 양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그는 자연주의적 구상을 한 극점으로 하고, 기하학적 추상을 또 다른 극점으로 하는 다양한 표현방식의 스펙트럼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의 현대화 작업으로서의 조각과 80년대의 리얼리즘적 조각, 그리고 이후에 나타나는 조각적 메타포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조각의 의미언어를 구축해보고자 하는 작업들이다.

청동 작품인 ‘청년’ 등 인체를 닮기는 했지만 실재하지 않는 뒤틀린 거친 질감의 형상들이 있는가 하면, 바람을 맞는 어여쁜 소녀를 빚은 대리석 작품인 ‘바람’, 뛰어오르려는 듯한 인체를 담은 청동 작품인 ‘그림자’ 등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가 전시된다.

전시 작품은 총 60여점. 과거의 작품은 외부에서 원작을 빌려오거나 보관해오던 석고틀로 이번에 다시 제작했으며,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의 동상과 윤봉길 의사의 동상도 작게 만들어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최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조각가 심정수는 한군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찾아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것이 심정수의 조각 양식이라고 이야기 하긴 힘들지만, 심정수 나름의 작가적 논리나 개성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는 단지 익숙한 세계에 안주하여 늘 하던 방식으로 틀에 박힌 작업을 반복·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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