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인가 격려장인가. 19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립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도서관 등 4개 기관에 대한 문화관광위의 국정감사는 사뭇 우호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전날 방송사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뜨거운 관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껏 이슈로 삼은 것이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의 폐관에 따른 대책 정도였다. 그러나 이 역시 의원들의 준비가 소홀했는지 ‘송곳’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에 82평 규모의 ‘작은 박물관’을 개관하고,뮤지엄 쿠폰과 문화카드를 발행해 다른 문화기관으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것만으로 대책이 되겠느냐”고 따졌고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도 “경복궁 주변 문화 벨트 버스 투어 등을 통해 관람객을 다른 시설로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문화정책의 ‘야당 반장’인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마저 피감기관을 배려하는 성격의 질문을 던졌다. 경복궁 복원을 위해 경내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국립민속박물관 이전건립추진 기획단’ 발족을 제안한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4명의 기관장에게 “고생이 많다”면서 격려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기획한 ‘평화’전에는 미국의 아라크 침략과 유혈 점령,친북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많았다”면서 “국립미술관이 반미의 선봉장이냐”고 때아닌 색깔론을 들고나왔다. 이에 김장관은 “관객도 많이 들고 호평받은 전시”라는 답변으로 넘어갔다.
오후 들어 국감이 막판에 이르자 분위기는 한층 늘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를 관람한 대통령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질문에 이건무 관장이 “이승만 대통령 이후에는 없다”고 답하자 정병국 의원이 “내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손명숙 여사를 모시고 간 적도 있는데…”라면서 답변을 대신,질문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한때 유행한 ‘전·두·환’ 삼행시를 들려주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국립중앙도서관 표석의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분야라는 것이 진흥과 장려의 대상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날 국감은 모든 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대충주의로 넘어가다보니 맥 빠진 국정감사가 되고 말았다.
이광형(문화부기자)/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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