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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국방부 ‘운보 그림’ 철거논란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7. 22.

 

국방부 청사 현관에 전시된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의 대형 그림이 김화백의 친일전력 시비와 맞물려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민간단체에서 철거까지 주장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의 발단은 이 그림이 운보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적진육박’이라는 그림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군의 정통성 훼손 논란까지 제기하고 있다.


문제의 그림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1층 입구 앞에 걸려 있는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것으로 제목은 ‘적영’(敵影·적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한국군 전투부대 파병 이후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된 베트남 638고지(일명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한 작품이다.


운보는 1972년 6월14일부터 7월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후 월남전쟁기록화전에 이 그림을 출품했고, 당시 국무위원들이 이 그림을 구입해 국방부에 기증했다. 그후 1999년 12·12사태 당시 국방부를 습격한 쿠데타 세력이 쏜 총알이 그림 속 국군 병사의 눈알을 관통해 복원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그림은 운보가 일제시대 당시 남양군도에서 대검을 소총에 끼운 채 적진을 향하고 있는 일본군의 육박전을 묘사한 ‘적진육박’이라는 작품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적진육박은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소위 ‘황국신민’의 영광을 고취하기 위해 조선총독부의 후원을 받아 경성일보사가 1944년 3월부터 7개월간 서울에서 연 ‘결전’ 미술전람회에 출품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남양군도에서 육박전을 치르러 돌진하는 일본군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전람회에서 ‘조선군 보도부장상’을 받아 운보의 친일행각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원은 “국방부에 걸려 있는 베트남전 그림은 적진육박과 거의 똑같다”며 “과거 친일행적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없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을 물리치는 일본군을 묘사한 작품을 한국군의 베트남전 그림으로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것은 작가의 몰역사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복군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우리 군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운보의 그림은 국방부에서 즉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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