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
농촌에 천착하던 그림세계, 온국토로 확장
흔적과 상징 통해 사회의 모순적 구조 은유
코가 뚤려 보기에도 안스러운 짐승이 커다란 눈을 껌박거린다. 커다란 눈망울. 치켜 올라간 속눈썹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농부의 일벗이 되어 논갈이 밭갈이를 하는가 하면 달구지를 끌며 농부의 지친 몸을 위로하는 짐승. 소다.
‘음메∼∼’ 소리가 푸른 농촌에 울려퍼지는 그 순간만큼은 평화다.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소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독립영화 ‘워낭 소리’가 200만명의 가슴을 적시기까지 했으니 ‘소 보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한 해가 될 듯하다.
4일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소를 소재로한 전시가 개막한다. 서양화가 이종구(55)의 개인전이 ‘국토-세 가지 풍경’ 주제로 열리는 것.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는 이종구는 농부의 고달픈 현실을 상징하는 소에 주목, 농촌의 아픈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그는 농촌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작가다.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에 인동초처럼 피어난 민중미술의 한 가운데 그가 있었다. 그는 80년대 양곡포대에 노동의 훈장처럼 열매맺은 농민의 주름살을 사실적으로 그려 ‘농민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달마산 미황사
검은 대지-질주
고향인 충남 서산 오지리마을의 농촌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통해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하고 모순된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법. 독재의 시대는 갔고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념도 빛이 바랜 지 오래다. 그의 작품 경향 또한 변하는 세상의 진실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캔버스로 삼아온 누런 양곡포대 대신 한지를 사용하고 있고 주제 또한 폭이 넓어졌다. 그의 회화세계는 농촌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확대됐다. 국토의 참 모습에 주목한 것이다.
검은 대지-무자년 여름
우리 땅과 인간의 삶으로 작품의 지평은 한결 넓어졌다. 비판적 리얼리즘을 벗어났지만 삶의 모순을 지적하는 추상같은 칼날은 여전히 날이 시퍼렇다.
‘회화의 진실은 곧 대상의 진실’이라는 게 그의 작가정신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변했어도 이 땅에 대한 울분은 여전히 작품속에 녹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30여점의 전시작들은 흔적과 상징을 통해 모순적 구조를 우회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사회적인 구상화의 범주를 뛰어넘은 초현실적 작품들은 보인이에게 더 많은 상상을 안겨준다.
검은 대지-들
검은 대지-상처
‘검은 대지’ 시리즈 중 하나인 ‘검은 대지-무자년의 여름’은 위풍당당한 외국항공사 비행기와 코 뚫린 누렁소의 일그러진 표정이 극적 대비를 이룬다. 고통에 찬 소는 농부를 상징하고 비행기는 수입산 농산물을 상징한다.
이종구는 인물화에도 일가견이 있다. 청와대에 걸려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도 그가 그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농부 그림이 아니면 앞으로도 초상화를 그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고재 신관에선 프랑스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베르나르 프리츠(60)의 개인전도 이종구 전시와 함께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의 개인전은 4월26일까지 계속된다. (02)720-1524
<사진제공=학고재>
스포츠월드 강민영 전문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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