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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국제신문]불길속에 죽어간 그 곳…눈물의 '망루'를 그리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1.

불길속에 죽어간 그 곳…눈물의 '망루'를 그리다
용산참사 추모 그림 전시회 '망루전'
'미술문화공간 먼지' 서 19일까지
부산·경남지역 작가 등 40여명 참여




'망루전(亡淚戰)-망루에서 눈물을 흘리고 죽어간 전쟁'이라는 전시명처럼 전시장(展示場)은 전장(戰場)이었다.



용산참사를 미술로 기록한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부산 수영구 광안동 '미술문화공간 먼지'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시뻘건 불길과 '여기 사람이 있어요'를 외치는 비명으로 가득찼다.



오랜 만에 보는 민중미술의 현장.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초상화와 이들의 투쟁을 목판화로 만든 걸개그림이 내걸렸고, 암흑의 공간에서 살풀이 하는 처연한 여인의 그림도 있다. '근조'라는 글은 중앙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민중미술은 거칠다. 그러나, 그래서 가장 명확하다. 1980년대 성행했던 민중미술은 시간이 흐르고 민주화되면서 '한물 간' 존재로 여겨졌으나 부당한 사회가 있는 한 존재 가치는 여전함을 다시 웅변하고 있다. 사회 속 미술의 역할을 놓고 고민한 민중미술의 문제의식은 사라지지 않고 확장된 것이다.



이번 '망루전'은 서울 전시회의 순회전 성격이다. '용산 참사와 함께 하는 예술가들 모임' 소속 작가들이 서울 견지동에 위치한 '평화공간 스페이스 피스'에서 선보인 작품과 현장의 미술 활동을 기록한 프린트물을 모아 전시하는 행사다. 여기에 부산·경남지역 작가들도 추가돼 모두 40여 명이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행사를 기획한 배인석 씨는 "1월 20일 참사의 폭력적 현실을 고발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유족과 함께 그 슬픔을 연대하기 위한 게릴라 기획전"이라고 설명했다.





임영선의 눈 그림은 시선을 압도한다. 눈동자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스러져가는 희생자들과 이들을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래피티 작가인 구헌주는 용산의 횡단보도와 지하철역사 현장에서의 퍼포먼스 활동을 사진에 담았다. 횡단보도 위에는 네이버 지식검색창 이미지를 그려넣고 '용산참사'라는 문구를 입력해 용산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지하철역사에서는 '신용산'이라는 역명을 '무전유죄'로 바꾸고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기록했다.



주재환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표지와 이를 패러디한 '나쁜 놈이 불태버린 작은 공' 이미지를 나란히 대비시켰고, 배인석은 '이렇게 못난 조국을 떠납니다'라는 글을 보색 대비로 각인시킨다.



본 전시인 '망루전'은 19일까지 계속되며 이와 함께 용산 철거민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시회가 부산 용두산 미타선원 미타갤러리(16일까지, 051-253-8687)와 북구 화명동 대안문화공간 자인(19일까지, 051-365-3675)에서 열린다. 미타갤러리에서는 강성봉 구본주 김기호 방정아 김덕진 서상환 등 36명의 작가가 기금 마련을 위해 작품을 기증했으며, 자인은 수공예품과 문인들의 저서를 판매한다. 미술공간 먼지에서는 예정훈 박재열 이윤엽 작가의 판화 판매와 투쟁 현장에 응원 깃발 보내기 등 부? ? 행사도 치러진다. (051)751-0377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입력: 2009.04.07 19:26 / 수정: 2009.04.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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