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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10년~2019년대 자료

[글빨19] 4호선 동래역의 벽화는 누구의 작품인가?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7.

4호선 동래역의 벽화는 누구의 작품인가?

 



임태환 (함께가는 예술인 수습기자)




 지난 3월 말,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4호선을 개통했다. 4호선 개통은 많은 부산 시민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부산 지하철은 시민의 일상생활 속 깊숙이 침투했다. 그 결과, 부산 도시철도는 단순한 대중교통수단을 넘어섰다. 지하철은 부산 시민의 노곤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의 지하철은 틈새로서의 문화공간을 어느새 자처하고 있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역사 내에 많은 미술품을 전시하고 예술가들의 공연을 주최하는 등, 부산의 또 다른 형태의 문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그럴까? 미술품을 전시하는 데, 행정절차상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례로, 고(故) 천재동 작가의 ‘동래야류 들늘음 길놀이 순렬도’(이하 동래야류 순렬도) 라는 작품이 유족과 공사 사이에 제대로 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4호선 동래역에 설치되었다는 사실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동래의 역사성과 정체성 그리고 높은 예술성이 담겨 있는 미술품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부산민속미술보존협회에 귀속된 고(故) 천재동 작가의 ‘동래야류 순렬도’를 추천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타난 큰 문제점은 저작권을 소유한 유가족의 의사가 무시된 채, 벽화 전시가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교통공사 측은 이 작품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치된 작품이라고 말하며 이 논의를 일축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연 목적이 과정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그들은 행정상의 오류를 저질렀다. 작품의 저작권을 보유한 유가족과 긴밀한 협의를 이루지 않고, 작품이 귀속된 협회와만 이야기를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교통공사 측은 저작권에 대해서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미술품의 저작권이 보존협회에 있는 게 아니라, 고(故)천재동 작가의 유가족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보존협회는 단지 작품의 소유권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교통공사 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부산민속미술보존협회의 안일한 대처 또한 문제다. 그들은 고(故) 천재동 작가의 작품 섭외가 들어 왔을 때,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통보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유가족이 배제된 채, 이사회를 열어 ‘동래야류 순렬도’가 동래역에 전시 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고(故) 천재동 작가는 ‘동래야류 순렬도’를 보존협회에 기증한 것이지 저작권을 양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저작권은 엄연히 유가족 측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존협회는 그 당시에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고(故) 천재동 작가는 민속예술 분야에서 원로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 만큼 부산민속예술에 큰 영향력을 끼치신 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한 분조차도 제대로 된 저작권을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실례로 봤을 때, 이와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민속예술의 원로였던 고(故) 천재동 작가가 이러할 진대, 부산의 무명작가는 오죽할까? 이 이후의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더 이상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의 작가들을 착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공익의 지향점은 부산 시민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작가 당사자에게도 해당 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정당한 공익성은 작품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 받았을 때 그 효력이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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