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풍경2
이진석展 / LEEJINSEOG / 李鎭碩 / painting 2011_0914 ▶ 2011_0920
이진석_1박2일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진석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91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소통통로-그림그리기 ● 2008년 『공존하는 풍경들』전에 이어서 동일 제목의 개인전을 마련한 이진석의 그림들은 이전 그림들과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도들도 보여준다. 이진석은 90년대 초 '노동미술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술계에 위세를 떨치고 있는 서구 모더니즘미술의 언어와 문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그가 대학교육을 통해 익숙해진 이 언어와 문법의 세계는 다른 언어들의 존재조차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협소했고, 미술이라는 영역 안에서만 자족하기를 강제하였으며,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시도는 철저히 관리되고 통제되어 이 언어와 문법의 권위를 보장하고 질서체계로 구축하는 듯 했다. 서구 모더니즘의 미술언어와 문법은 서구에서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서 왜곡되고 변형, 경화되어 왔는데 이진석은 이 언어의 실상에 대한 비판적 탐구보다는, 배제된 또 다른 미술언어를 찾아내거나 일상으로부터 분리, 격리되어 있는 미술을 삶의 여러 영역과 연결시켜 보려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다른' 길들은 한편으로는 전문가주의의 냉소와 모호함의 미학이 휘두르는 횡포에 상처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수리에 힘을 소진하느라 새로운 길은 내어 보지도 못한 채 이미 있었던 다른 길 위에서 서성대기 일쑤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순수조형과 절제의 미학'을 잣대로 '심미의 세계'를 규명하려는 공허한 비평을 향해, 그리고 예술의 영역을 '천사들의 낙원'으로 지칭하면서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는 비평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데서도 다른 길 위에서 받은 그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던 것인지 짐작케 한다. ●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는 노미위 활동을 접고 연고없는 원주에 정착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주된 생업으로 삼아 지내왔다. 그가 쓰임새와 관계없이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를 다시 할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좋아하는 그림그리기를 오랫동안 주저하게 만든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도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진석은 이 지난한 주저함의 무거운 뚜껑을 스스로 밀쳐냈고, 그림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품고 닫힌 뚜껑 밑에서 자존을 유지하기보다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선택했다. 그의 그림그리기는 이질감 속에서도 느껴지는 공통분모 찾기, 이질적인 것들의 만남을 주선하기와 동일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의 소통은 가치의 판단을 유보하고 편견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마음을 넓히는 데로 향하고 있다. ● 그림그리기는 이진석에게 일종의 사회적 치유의 과정처럼 보인다. 이제 그는 각종 미술이데올로기들-순수형식, 전문성, 세계화된 미술담론 등-의 오염으로부터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될 것 같지는 않다. 작가를 오랫동안 힘들게 한 햇볕알러지가 뚜껑으로 방어막을 설치하고 그 속에서 안전함을 도모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씩, 자주, 미리, 햇볕을 쬐면서 햇볕에 익숙해지기를 반복해서인지 이진석은 올 여름 강렬한 햇볕과 높은 습도에도 건강하게 지내면서 그림그리기를 계속해왔다. 『공존하는 풍경들2』의 이번 작업이 『공존하는 풍경들1』의 이전 작업보다도 현실에 대한 꿈이 훨씬 증폭되어 있는 것도 그가 되찾은 저력때문인 듯 싶다.
이진석_독도_캔버스에 유채_33.4×53cm_2011
이진석_수학여행3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1
이진석_출근길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11
증폭되고 강조된 가상현실에 담긴 제안 ● 이진석의 화면은 상이한, 아니 서로 적대적이기까지 한 사회 속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어떻게 화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시지각적 제안이다. 수학여행 온 젊은 북한 여학생들이 광화문 앞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수학여행3」), TV연예오락 프로그램 '1박2일'은 북한의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며 촬영을 진행하고(「1박2일」), 출근길에 남북한 사람들은 군인들이 더 이상 경비를 서지 않는 공동경비구역을 지나 잰 걸음으로 일터로 향하며(「출근길」), '100분토론' 장에 갈라 앉아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남북한 토론자들과 방청객들 사이에는 기울지 않는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100분 토론」), 남북한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함께 서있는 강 저편, 그곳이 바라보이는 강 변 놀이터에는 남북한 정치인들이 악수를 나누는 기념동상 앞에서 휴전선에 둘렀던 철책선의 일부를 경계로 삼아 남북한 어린이들이 족구경기를 벌린다(「지금 당장 만나」).
이진석_통일대토론_캔버스에 유채_89.4×130.3cm_2011
이진석_미녀들의수다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1
이진석_걸어서세계속으로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1
이 모든 풍경들은 실제 현실에 기초하되 이 현실을 부분적으로 증폭시키고 강조함으로써 만들어진 가상현실에 담겨 있다. 화면이 담은 가상현실에서는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동일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익숙해있던 일상적인 생활양식-옷차림, 몸동작, 소비제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편이 다른 한 편에 흡수되어버리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 곳에서 '함께'는 똑같아지기가 아니라, 다름이 공공연하게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로 읽혀지고, 비평준화의 여러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진석은 증강현실의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감성적 경험과 인지적인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개입할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가 그린 현실에는 표면적 심미화 대신에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고 공감과 이해의 교량을 놓는데 필요한 심층적 심미화가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 임정희
'민미협 아카이빙 > 2010년~2019년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예총’ 과거에서 찾아야 할 단 한 가지의 문제점 (0) | 2020.12.07 |
---|---|
[글빨19] 4호선 동래역의 벽화는 누구의 작품인가? (0) | 2020.12.07 |
2011 풀 프로덕션 출판기념전 《김용익 : 무통문명無痛文明에 소심하게 저항하기》 (0) | 2020.12.07 |
풀 프로덕션 《이완 : 우리가 되는 방법》 (0) | 2020.12.07 |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귀국보고 프로그램 개최 알림 (0) | 2020.1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