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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시위가 사회비용 손실이라는 착각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2.

[기자수첩] 시위가 사회비용 손실이라는 착각




손대선 기자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의 두 교수가 7일 발표한 ‘5대 공공분쟁의 사회적 비용 추산’이란 제목의 공동논문이 적지 않은 파장(본보 8일자 15면)을 일으키고 있다.

논문은 최근 수년 사이 벌어진 공공분쟁으로 인해 사회비용 손실을 추산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온 나라의 이목을 집중시킨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시위가 537억원으로 가장 큰 사회비용이 소요됐으며 부안방폐장(532억), 새만금(159억), 사패산(57억), 천성산(55억) 시위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자질구레한 분쟁을 제외한 5개 사안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비용 손실 총액이 무려 1천340억 원. 그것도 객관성을 위해 공공분쟁 중에서 공사기간 지체로 인한 사업지연 비용을 제외한 액수란다.

물론 시위를 막기 위해 동원되는 경찰병력이 먹고 자느라 드는 비용과 시위로 인해 발생한 교통지체 등을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면 적지 않은 액수가 나올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일반적으로 지출하지 않아도 될 가욋돈이므로 그리 계산할만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1천340억원의 근거 가운데 하나인 ‘경제활동비용’이다. 5개 분쟁에 참가한 시위자가 시위를 안 하고 일을 했다면 553억 원을 벌 수 있었다는 이 가정은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산출됐다는 연구자의 항변과는 상관없이 해괴한 논리로 느껴진다.

노동 도시근로자 하루 평균임금인 13만9천505원을 시위에 참가한 날짜에 곱해 이 같은 금액을 산출했다고 연구자는 친절히 덧붙였다.

설마 사회지도층으로 인정받는 교수가 시위를 단순히 ‘놀고먹는 일’로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경제관련 숫자에 유독 민감한 반도 사람의 입장에서는 500억 원을 훌쩍 넘는 사회비용손실은 정당성 유무와는 상관없이 시위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도 이해될만하다.

도내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인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7만4천210명이다. 논문대로라면 이들이 103억 원을 벌 수 있었다. 과연 이들의 시위는 한국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을까.

민주화열풍이 불어 닥친 지난 80년대, 이 땅에서는 하루라도 시위 없는 날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에 항의해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섰다.

민주화에 대한 전 국민적 열망은 날마다 수만 건의 조퇴와, 결근을 낳았다. 논문의 사회비용 손실을 이 상황에 적용시켰다면 아마도 한국경제는 1달 안에 망해버렸을 것이다. 여기에 시위를 통해 우리가 얻은 자유의 액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5대 분쟁에서 비롯된 시위가 반드시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시위를 객관화라는 미명아래 사회적 손실로 계산해내는 학문적 연구는 정당해 보이지 않다.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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