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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경향신문, “재미있고 신나는 미술시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1.

ㆍ아이들에게 희망주는 ‘인천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입시 위주의 교육현장에서 미술은 늘 찬밥 신세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입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미술교사들은 맨앞에 서서 칼바람을 맞는다. 하지만 경쟁교육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 용감한 미술교사들이 있다. ‘인천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교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나는 미술교과 연구회는 학생들이 기다려지는 미술수업을 만들기위해 언제나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양한 수업방법을 개발해 오고있다. 연구회 교사들이 ‘북아트’작품을 만든 뒤 기념촬영을 가졌다. 사진제공 |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재미있고 신나는 미술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좋고 그림이 좋아 시작했다는 동인천고 고창수 교사(45)는 1998년 처음으로 초대 회장을 맡으며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이름을 지었다. 전교조 교사들이 중심이 돼 입시를 벗어난 참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연구회 모임을 출발시켰다.

고창수 교사가 연구회의 돛을 올린 선장이었다면 김정열(48·부흥고), 이미선(47·산곡남중), 김경희(44·삼산중), 정평한(42·인천공항고) 교사 등 네 명은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 ‘호(號)’를 이끈 1등 항해사들이었다. 이전에도 한국 미술사 답사나 수업 정보를 교환하는 미술교사 모임은 있었지만 ‘신나는’ 미술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이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경희 교사는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같은 영상장비가 대중화하기 전이었기에 우리가 처음 공모한 슬라이드 영상극 만들기는 첨단을 달린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며 “지금이야 컴퓨터 영상을 통해 감상수업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책이나 말로 수업하던 것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김경희 교사는 10년 넘도록 연구회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학생들을 위해 고민했던 선생님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믿는다.

초기 5명의 멤버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20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할 만큼 규모도 늘렸다. 또 온라인 회원도 약 80여 명이 가입해 다양한 수업정보를 교환하며 신나는 미술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구회의 취지가 신나는 미술수업인 만큼 활동도 참신하고 다양하게 꾸며진다. 우선 1년에 한 차례씩 주제를 갖고 진행되는 공동수업이 대표적이다. 학교별로 주제를 달리해 수업을 진행하면 그 결과물을 갖고 전시장을 빌려 학생미술작품 발표회를 갖는다. 지난해엔 애니메이션 작품 발표를 가진 데 이어 올해는 세계의 미술연구를 테마로 수업을 진행한다. 서양미술사에 대한 감상을 하거나 명화를 패러디하는 등 교사마다 수업내용을 달리해 결과물이 모이면 올 가을 전시회를 꾸밀 참이다.

교실을 벗어난 한국미술사 탐방도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강원도 원주 폐사지 답사나 충남 공주 백제문화권 답사 등 테마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책 속의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이외에도 연구회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수업개발을 위한 진지한 토론을 진행하거나 각자 개발한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몇몇 교사들은 화가로 활동하며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자랑한다. 고창수, 김정열, 정평한 교사 등 회원 6∼7명이 인천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거나 개인적인 작품 활동을 벌이면서 꾸준히 전시회를 갖는 등 작품 발표를 해오고 있다. 또 연구회는 김정열 교사에 이어 고창수 교사가 인천민족미술인협회 대표를 맡을 정도로 지역 예술발전을 위한 고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정평한 교사는 “연구회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미술교사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천지역의 신나는 미술수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환기자 kjh1010@kyunghyang.com>

‘교육희망 전(展)’ 29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인천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가 인천민족미술인협회와 함께 전교조 인천지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회 ‘교육희망 전(展)’을 갖는다.

연구회는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연수구 동춘동 인천평생학습관 내 갤러리 ‘가온’에서 사진, 그림, 서각, 만평, 교육자료 등 다양한 전시물로 관객들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인천지역 미술교사들의 현실 참여적인 작품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예정이다.

또 신나는 미술교과연구회를 통해 꾸준히 활동해온 수업사례들을 선보여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참교육을 실현하는 미술교사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 032)899-1577

<최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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