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부경일보,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2. 3.

함께 나누는 나의 소장품 _ 화가 배 인석

노동운동사에서 특별한 자료 가치를 지닌 소장품




화가 배 인석 씨는 좀 희귀한 소장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연하게 2003년 서울에서 중국을 오가는 사람을 통해 이를 구입했다고 하였다. 그가 어렵사리 구한 소장품은 바로 1931년 일제 강점기하 평원고무공장 노동자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 농성자이며, 1인 시위를 하였던 강 주룡과 관계된 것이다.


배 인석 씨의 소장품 을밀대 현판




1929년 전 세계는 대공황에 휩싸인다.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의 자본가들은 공황의 위기를 넘기려 애를 썼지만, 공장은 문을 닫고 실업자는 거리를 메웠다. 이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사정도 이를 비켜 갈 수 없었다. 1931년 평양의 평원고무공장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임금인하를 반대하며 평원고무공장 노동자들은 아사동맹을 약속하고 단식투쟁을 하였으나, 경찰에 의하여 강제로 공장 밖으로 쫓겨난다. 이 중심에 등장하는 인물이 강 주룡이다. 강 주룡은 목매달아 죽을 각오를 하고 광목을 사서, 을밀대에 올랐다. 을밀대에 오른 강 주룡은 “우리는 49명 우리 파업단의 임금감하를 크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것이 결국 평양의 2천2백 명 고무공장 직공의 임금감하의 원인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죽기로 반대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임금삭감 선언을 취소하길 요구했다. 이후 평양서로 끌려간 그녀는 계속 단식으로 버티다가 검속 시간이 끝나 풀려난 뒤 회사 측과 힘겨운 협의로 종전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성과를 얻어낸다. 그러나 파업을 했던 노동자 전원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이런 강 주룡의 1931년 당시 입었던 옷가지와 그녀의 머리카락, 고무신과 더불어 을밀대의 기와 편과 현판을 배 인석 씨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 노동운동사에서 특별한 자료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 여겨 당시 구입하여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회가 있으면 대중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사의 지나간 자리를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당시 노동운동의 자료들이 강 주룡 뿐만 아니라 우리의 근, 현대사를 통틀어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복임 기자 Ibogim21@bugyeong.co.kr


ⓒ 부경일보(www.bugyeong .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