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안내/2001년~2009년 전시

손순옥의생생지도 生生之道展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9. 29.

 


<생생지도 110×110㎝캔버스에 혼합재료2006>

손순옥의 <생생지도전>에 부쳐

            그림, 절단의 계기를 품은, 열려진 연속체


청주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던 화가 손순옥이 첫 번째 서울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표현 자체와 표현하는 대상, 또는 사건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화면을 주로 보여주었던 이전 전시들과는 달리, 대부분 표현 자체에 대한 탐구로 이동한 화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적인 표현은 화면 외부의 현실을 준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일반화된 도식에 따라서 인과적 시간의 연속체 안에 놓여질 수 있다. 그리고 화면의 이야기는 대부분 표현 대상이 상황에, 또는 상황에 표현 대상이 작용하거나 또는 반작용하며 이루어지되,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중심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야기의 시간상 전개가 투영되는 화면에서는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므로, 그림을 보는 것과 그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일치될 수 있어서 표현은 여기에서 일종의 진리의 형식으로 기능하게 된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일관된 깊이, 즉 의미로 통일되고 지속되는 화면은 관람자로 하여금 이 화면을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도식에 의거해 진리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일정한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손순옥은 그동안 단일한 역사적 공간 속에서 표현의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이 같은 의미론적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의 화면들은 서사적 작용을 피해 시간 흐름의 도식을 와해시키고 있어서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며, 고정된 중심 또한 부재한다. 이번 전시에서 인접영역을 향해 부단히 열고자 하는 작은 여러 화면들은 붙거나 또는 떨어진 채 이어져 ‘한’ 작품을 이룬다. 작은 화면들은 지각된 현재적 순간이든, 기억에서 불쑥 떠올려진 순간이든 객관적으로 일반화시킬 수 없고 공유의 지점을 확정할 수 없는 계기들일 뿐이다. 절단된 계기들은 그러나 서사적 작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연속성을 형성한다.

검은 바탕에 농담의 차이를 이용하거나(‘일과 명주1’), 외부의 다양한 대상들을 다양한 시점에서 보거나(‘아지랑이3’, ‘상상지도’), 상·하의 구축원리나 중심-주변의 기존 원리 대신 계열을 형성하면서(‘푸른 단풍’, ‘달빛 초록1, 2’), 작가는 감성적 형태나 개념적 의미작용에서 벗어난 열려진 연속성을 시도하고 있다.

감각적인 이미지 배치를 통한 손순옥의 새로운 시도는 과장되거나 상이한 척도의 복수적(複數的) 흐름을 형성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도식적인 정상성을 멀리 벗어나 있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와 곁에, 이전에, 다음에 나온 이미지 사이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조금만 열려있어 일관된 깊이에 대한 매우 조심스럽고, 반성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점은 작가가 표현 소재를 인물이 아닌 자연물에서 찾는 데서 잘 드러난다. 자연은 한편으로는 이해관계, 즉 상황에 얽혀있는 사물만은 아니며, 상황에 반응을 요구받지도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황과 관계할 수 있고, 반응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서 내재적인 인과관계의 총체적 판별은 불가능하지만, 감성적으로 총체적 접근과 참여는 확보된다. 이러한 자연의 이중적 측면에 기대어 손순옥의 화면에는 단수성과 복수성이, 연결과 절단이 충돌을 피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손순옥의 열려진 연속체 그림들은 미규정의 상태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도 아니고, 임시적일 수 있으며, 이행 가능한, ‘窮卽變 通卽久(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서로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의 원리를 품고 있는 ‘생생지도(生生之道)’라는 이념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외재적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고 개인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관람자에게도 능동적인 시각적 놀이를 허용한다.  

              임 정 희 ( 연세대 겸임교수/ 미학·미술평론 )  


<환한슬픔 70×70㎝캔버스에 아크릭 2006>


< 물빛아래... 70×70㎝캔버스에 아크릭 2006>


<달빛아래Ⅰ,Ⅱ... 각28 2set 천위에 혼합재료 2006>

손  순  옥 (孫 順 玉)
개인전  
1996  여성과 삶 (학천화랑, 청주)
1999  판타레이- 만물은 흐른다(무심갤러리,청주)
2000  흐름 군집개인전(청주예술의전당)
2001  흐름2 여성작가2인초대전 (무심갤러리)
2002  흐르는 달초대전 (대청호옆미술관, 청원)
2003  꿈꾸는 일상 2인 기획초대(신 미술관, 청주)
2003  꿈꾸는 일상 충북아트페어 (청주예술의전당)
2005  비 갠 뒤의 평화 기획초대 (무심갤러리)
2006  대전아트06 군집개인전(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06  생생지도(生生之道) 기획초대(갤러리 눈, 서울)

단체전 (주요전시 초대, 기획전 등)
1992년~2006년 100여회
현)서원대미술과 강사, 충북민미협,여성미술작가회,충북판화가협회 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