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혼의 미술이여, 자연연대여 !
- 강원민족미술인협의회 창립선언문-
우리는 강원도에 사는 미술인이며 수려한 강원도 자연의 품에서 살고 지는 지역주민의 한사람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아름다움의 눈으로 보려고 누구보다 노력하는 이름 그대로 미술인입니다.
우리는 자기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창의적 장인수련을 하면서 자신만의 색깔 있는 미술을 위해 노력 해왔고 그것이 강원도 문화의 정체성을 밝히고 겨레의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한다는 소신으로 살아왔습니다. 또한 우리는 현실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서 삶에 필요한 미술, 삶의 질을 높이는 미술, 삶의 희망인 미술, 즉 '삶의 미술’을 만들려고 애써왔습니다.
‘민중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민족적 현실을 민중적 소통으로’ 실천 할 것을 주창하던 저 ’80년대의 치열했던 민중미술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이후 민족·민중미술은 지나친 사변주의와 정치이념주의와 세속적 자기이익에만 기울면서 초발심을 잃어갔습니다. 처음처럼 미술은 본래대로 삶의 미술로 돌아가자던 미술인들의 진정성은 세월이 가면서 점점 빛을 잃어버린 것같습니다.
미술계의 변화도 시대가 변화하면서 찾아왔습니다. ’90년대 들어 또다시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21세기의 벽두부터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대혼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빈부 양극화와 신자유주의 자본의 자원 독점화, 지구 생태계의 급격한 파괴 등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지구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시대에 가치관의 변화, 페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담론들은 쏟아지지만 아직도 인류는 미명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을 막론하고 예술과 인문학의 위기도 깊어져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이들은 지역을 떠나고 있고 대학생들의 절반은 다시 태어난다면 조국에서 태어나지 않겠다고 하며 해외로 유학가기 바쁘고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한해 수만명에 이르는 등 점점 더 문화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이미 모든 분야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그것이 자기 이익만을 위한 독점적 경쟁자로서의 변화된 존재냐, 너와 내가 더불어 생존하기 위한 변화된 관계이냐, 존재론이냐 관계론이냐, 그 둘 중에서 우리 삶의 양식을 선택해야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지역미술인들은 상대적으로 경쟁 위주의 물질주의에 덜 노출 되어 있었습니다. 시류에 유혹되기보다 삶의 진정에 답하려는 소박한 예술인이 비례로 보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혼이 맑은 예술인들입니다. 우리들은 지역문화의 소외와 푸대접을 견뎌내며 묵묵히 자신의 예술을 키워온 것도 사실입니다. 조직적 활동은 미약하였으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강원도 산천 속에서 ‘자발적 고립’도 자처하며 가난과 싸우며 예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하여 못다 한 ’80년대 민중미술과 서구모던이즘의 수용에서 놓쳐버린 건강한 삶의 예술로서 미술을 새로운 활로로 모색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화시대, 지방화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미술인에게 또 다른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서민에게는 생존마저 위협하는 엄혹한 양극화의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 강원도만하더라도 민중의 삶은 더욱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와 다를 바 없는 미술인의 삶도 생존의 위협 속에서 예술을 지키고 있습니다. 경제에 발목 잡힌 예술은 과거 표현의 자유 없는 시절보다 예술의 존망 위기를 더욱 부채질합니다.
독점적 세계자본의 파고는 더욱 거세고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자본 독점화와 문화 권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금의 한국예술계는 서울 중심으로 불어오는 배금주의가 서서히 지역까지 만연해 문화예술의 창달은 물론 자존적 순수성마저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강원미술은 서울의 주변부로 전락하여 지역미술 고유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능동적 대응 없이 답보상태로 구태의연합니다. 이제 미술계는 이 침체와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와 공동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지역의 미술적 정체성을 찾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강원문화예술과 한국문화예술의 사활을 가름하는 숙제인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함께입니다.‘나를 살리고 서로 살리고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성격과 방향으로 미술문화를 찾아갈 것입니다. 회원들은 이 중 어느 방향의 선택이든 강원민미협은 그 다양성을 존중할 것입니다.
삶에 치유와 활력과 필요가 되는 삶의 미술,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생명·생태미술, 민중미술의 정통성을 계승한 민중·민족미술, 삶의 안에서 풍류를 살리는 멋의 미술, 개인의 무한한 창의성이 살아 숨쉬는 영혼의 미술, 전통의 창조적 계승의 미술(入古出新), 외래문화에 대하여 개방적 수용성을 갖되 중심을 잃지 않은 주체적 지역미술 등으로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강원지역 미술문화의 다양성을 살리면서도 자기정체성을 세우고자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원도 차원에서 조직적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고 마침내 강원민족미술인협의회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강원민족미술인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사업의 방향을 가질 것입니다. 회원간의 상호부조와 권익옹호, 미술계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와 의식개혁, 강원지역문화의 계승과 창달, 미술의 생태적 개성과 전문성 우대, 강원전통미술문화의 문화종보존, 생명문화·사상의 미술적 승계, 80년대 민중미술의 정통성 계승, 통일맞이 강원민족미술의 양식성·내용성 준비, 지역·주민·생태미술로서 강원도 지역성 찾기, 강원지역 장인문화의 연구보존, 전인격적 미술교육프로그램의 대안제시, 질적인 미술전시문화, 주민 삶의 풍요로움에 기여하는 삶의 미술, 민생시장에 유통되는 생활미술, 강원문화관광산업에 대한 생명가치지속형 문화관광 대안제시, 강원도 지역문화의 창조적 대안문화정책 제시, 다른 장르예술과 연결된 합종연대문화 구축, 강원도문예비평 교양층의 확대, 신자유주의 외풍에 대응하는 지역문화정체성 찾기, 동아시아·아시아·유라시아·태평양 문화 등 지역적 세계화 미술의 모색, 국가주의 한계를 넘는 자연연대(From United Nation to United Nature) 등 여러 가지 과제와 사업을 전개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욕에 비하여 우리의 역량과 조건은 어렵습니다. 길은 멀어도 차근차근 만리 길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 갈 수 있는 것처럼 우보만리의 자세로 실천할 것입니다. 우리 세대가 천명을 다해서 과업을 못다 이룬다 하여도 이 길이 진리의 길이요, 생명과 평화의 길이요, 천명을 따르는 영혼의 길이라고 확신하기에 후손들은 대를 계속 이어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원민미협은 초기 사업으로 주민자치와 자연연대의 주제에 합당한 미술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을 미적가치로 승화시키는 사업을 펼쳐 나가고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토론문화 활성화와 상호우애를 통해 사업의 의욕 이전에 사람 상호간에 신뢰와 믿음의 소중함을 환기하는 조직의 기풍을 세워 나가겠습니다. 회원 상호간에 상부상조하는 정신, 정보공유와 공공심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하려합니다. 이럴 때만이 여럿이 함께하는 사업은 힘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미술문화현실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취지에 동의하는 미술인들이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시민들도 생활미술과 축제미술, 미술교육프로그램과 체험미술, 주민자치문화와 시민교양예술문화 과제 등을 펼칠 수 있게 장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시민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시민회원들과 전문미술 회원들이 함께 강원문화를 가꾸고자 합니다. 회원의 개성 있는 예술 활동이 바로 강원도문화의 역사성이고 정체성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존의 어느 예술인이나 예술단체들과 우호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문화예술활동의 상호 격려와 선의의 경쟁으로 지역문화 발전에 함께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강원지역의 문화예술계, 문화단체, 대학, 산업계, 지역주민자치회, 행정당국, 개개인 등과 네트워크하며 사업과 협의를 제안할 것입니다.
우리는 비전문성과 포퓰리즘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전문주의도 경계합니다. 설익은 정치적 보혁논쟁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시대를 길게 보며 문화예술의 진정성으로 ‘작은 것이 소중’하다는 지혜를 키워가며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렵니다.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인내와 끈기로 작은 것부터 한가지 씩 성취하는 신중하면서도 힘찬 행보를 할 것입니다. 강원민족미술인협의회는 열려 있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이면 누구와도 손잡고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대신 범부의 일상에서 안주하지만은 않고 꿈을 꾸며 살것입니다. 그러나 삶의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세속의 진창에 발을 담가서 세간에서 탈속의 미를 찾으려는 예술인고자합니다. 고난의 길이며 동시에 명예의 길입니다. 무거운 짐 일수록 함께 맞들어야 가벼워지듯이 이왕 가는 길 즐기며 기꺼이 가겠습니다. 정선아라리가 우리네 삶에서 ‘풍진 속 초탈’의 예술 정신을 보여주었고, 우리 단체의 조사님으로 모시는 강원미술인 차강, 박수근, 권진규, 장일순 님들은 예술과 삶의 일치로 아름다움 영혼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고독하기는 해도 외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함께 가다가 보면 작은 길도 큰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풍진 속 초탈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역설의 진리입니다. 아니 진리는 본래 모순의 평화적 통일이며 대립의 창조적 조화입니다. 그것이 바로 역동적 균형, 즉 아름다움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이 궁벽한 지역주의와 초탈의 예술이 왜 이 땅의 희망을 예감하는 지를, 그 길이 왜 아름다움의 길인지를 이제 작은 소리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큰소리로 외치고자 합니다. 자연은 계절이 바뀌어도 연대하고 있습니다. 홀로 선 나무가 연대하면 숲이 되듯이 우리는 홀로 서서 개성으로 빛나며 더불어 연대하며 아름다운 문화를 만듭니다. 다시 또다시 이어달리며 여럿이 함께 큰소리로 합창 합시다.
지역문화 만세 !
아름다운 영혼의 미술 만세 !
강원민족미술인협회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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