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2006년 조국의 산하전 평택 - 평화의 씨를 뿌리고》(이하《조국의 산하전》)에 현재 대추리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인물화가 전시됐다. 주민 인물화 작업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 회원들과 동료화가 54명이 주민 54명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조국의 산하 대추리 현장전 추진위는 이 작업을 ‘미군기지 확장의도에 꿋꿋한 의지로 맏서며 ‘평화농사를 실현하겠다는 뜻에 함께 하겠다는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이날에는 40여개의 작품이 《조국의 산하전》전시장인 농협창고에 전시됐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작품이나, 미처 인물화 작업을 하지 못한 주민들은 계속 그려나갈 것이라 했다. 이번 작업에는 노순택 사진가의 사진자료가 사용됐다.
김천일 서울민미협 회장은 “주민 인물화 작업은 한 작가가 여러 작품을 작업한 것이 아니라, 한 작가가 단 하나의 작품을 작업하면서 많은 작가들이 대추리 주민들의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김천일 회장의 말대로 모든 작품은 각 작가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모판에 바로 그린 그림, 천에 그림을 그리고 옮긴 작품, 석고 부조 등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작품이 완성됐다.
플라스틱 판에 구멍이 뚤린 모판에 작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작업과정을 겨쳐 그곳에 새겨진 대추리 주민들의 모습은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다. 대추리에 평화가 돌아온 후 활짝 웃을 주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느낌이다.
한편 농협창고 앞에서는 최병수 설치미술가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중장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는 현재 3개의 작품을 작업하고 있다. 하나는 <2006 제국의 식욕>. 커다란 철판 가운데는 미대륙의 모습으로 뚫려있다. 그 안에는 한반도, 팔레스타인, 이란, 베트남 등의 조각이 철조망에 메달려 있었다. 작가는 그 안에 있는 국가들은 미국이 그동안 집어삼키려고 했던 나라들이라고 한다.
다른 작품은 앞의 작품과 정 반대에 위치한 작품 <2006 문명은 제국이라는 메뉴를 삭제하라>이다. 미대륙을 형상화한 철판 가운데 앞의 작품에 메달려 있는 국가들이 잘려져 있다. 이 작품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약소국을 침략한 미국이라는 제국을 강하게 비판한다. 결국 세계의 공존을 거부하는 미국은 문명에 의해 삭제당하게 된다. 작품은 기울어가는 미국의 모습을 묘사한다.
마지막 작품은 <행복한 한반도>. 높이가 5미터가 넘는 이 작품은 2층 건물인 대추리 노인정 옥상에 15미터 높이로 세워질 예정이다. 작가는 어떤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또 평택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많은 이들이 대추리 한반도를 보게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에 나무구름이 하나, 둘 달리고, 작품은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행복한 한반도’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최병수 작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작품은 아무도 못건드려. 누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행복한 한반도를 건들겠어. 군인들이 들어와서 저거 뽑아 버리면, 그건 한반도를 뽑아버리겠다는 거야. 그럴 수 없지. 우리가 우리 손으로 조국을 버릴 수 없잖아.”
국방부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대추리에 있는 집들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5월 4일 대추분교가 무너지면서 많은 예술작품들이 훼손된 것처럼, <미사일 솟대>와 <문무인상>이 사라지거나 쓰러진 것처럼 공권력은 이번에도 예술에 대해 폭력을 휘두를 것인가. 쓰러진 <문무인상>은 국방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세워놨다고 하지만 마을이 없어진다면 작품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조국의 산하전》은 대추리 주민들의 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예술인들의 함께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지금 대추리는 좀더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병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야지, 남의 문제도 아니고. 나도 지금 작업하는데 돈이 없서 작업을 못해. 누가 나타나서 도와줬으면 좋겠어(웃음)”라고 말이다.
7월 2일까지 예정됐던 《조국의 산하전》 대추리 전시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2주 연장되어, 7월 1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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