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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완장 찬 유인촌 장관은 망언의 폭력을 멈춰라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6.

[성명서] 완장 찬 유인촌 장관은 망언의 폭력을 멈추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의 자리는 문화예술정책과 행정의 수장이자 최종 책임자이다. 국가 권력의 절대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화부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명박 정부가 수립되고 첫 번째 문화부 책임자로 유인촌 장관이 임명되었던 배경에 그가 현장 예술인 출신이란 점은 꽤 큰 몫을 차지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여왔고 극단 대표로서 예술단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모교에서 후배 연기자들을 지도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예술행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일원으로서 왕성한 활동력과 경험은 문화부 장관의 수장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취임 이후 유 장관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오랜 연기예술 경험이 문화예술행정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선배 문화예술인들을 능멸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그가 보여준 모습이다. 그는 논란과 의혹 가득했던 인사 청문회를 마치고 취임하자마자 공식 석상을 통해 지난 정부에 임용된 현직 국공립 문화예술단체 기관장들의 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12일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고 포문을 열며 “임기 보장도 좋지만 그것은 정치와 상관없는 경우일 때 그렇다”며 마치 현직 기관장들이 정치적 색채에 의해 ‘안배’된 인물들로 규정하였다.




또한 같은 자리에서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치와 관계없이 문화에 전념하고 싶다”고 한 입으로 두 말을 내뱉은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그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판에는 무관심한 문화예술인을 자처했고 순진함을 가장한 채 독설을 연일 내뱉고 있다. 유 장관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그 이중적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능숙한 연기자답게 인터뷰 서두에서 “의견 조율은 없었다”, “(관련된) 질문이 있어 자연스레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다”, “내가 순진한 거다” 등의 말을 흘리며 스스로 순진한 초보장관 행세를 했다. 그러나 현장 예술인 출신 장관 가면 뒤에 숨겨진 완장 찬 신종 홍위병의 극악함은 바로 뒤에 이어진 인터뷰 내용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계속 잡음을 일으키는 분들”이 퇴진해야 하는 인물이라며 구체적으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거명하고 있다. 또한 그 이유로는 김정헌 위원장은 ‘예술위 내홍으로 김병익 위원장이 용퇴하고 자리를 승계했는데 같은 1기 위원으로 연대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윤수 관장의 경우 “임명 초기 정준모 학예실장을 해임시킨 것“을 들고 있다. 유 장관의 주장은 교언영색의 극치에 다름아니다. 우선 김정헌 위원장의 경우는 김병익 전 위원장 용퇴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나머지 위원들과 함께 예술위 운영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연대책임에 따른 위원 사퇴야 말로 오히려 예술지원기관의 운영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인 것이다. 또한 김윤수 관장이 해임시킨 정준모 전 학예실장의 경우 이미 행정소송을 통해 복직을 시도했으나 그 과정! 에서 재직 중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 그의 해임이 정당했음이 입증되었고 소송 자체도 기각되었다. 문제가 있는 부하직원을 해임시킨 것이 기관장의 퇴진 이유라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상식인가.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계속 싸움을 확대하고 싶진 않다”, “끝내 자리를 고집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낱낱이 공개하겠다”며 마치 이 분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고 있다. 과연 이것이 순진한 예술인 출신 장관이 할 만한 발언인가. 예술계 대선배들을 폭력적 협박과 모독으로라도 쫓아내겠다는 유 장관의 독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과연 유 장관이 무슨 자격으로 이분들이 일평생 문화예술계에서 쌓아온 노고와 업적, 명예를 일거에 부정하고 모욕하는가? 이는 한평생을 천착해온 예술인에 대한 폭력 행위이며 예술계 전체에 대한 패륜 행위이다.




유 장관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시절에도 순수문화예술의 진흥보다는 ‘하이서울페스티발’ 같은 전시성 행사중심의 재단 운영을 펼치며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 쌓기와 이미지 제고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곤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보이는 문화, 들리는 문화’를 강조했는데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보이고 들리는 문화’는 번지르르한 전시행정이거나 정치권력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했던 군사독재 시대의 정치나팔수 행태인 듯하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헌신해온 예술계 원로들을 자리에 연연하는 치졸한 인사들로 모독하는 유 장관에게 더 이상 문화예술계의 일원으로서의 동료의식이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




유인촌 장관은 취임 당시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는” 길을 걷겠다고 했다. 유 장관은 스스로의 최근 행보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당당한지 묻고 싶다. 낮술에 취하면 애비도 몰라본다는 옛말이 있다. 최근 유 장관의 모습은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를 보는 듯하다. 유 장관에게 아직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인간적 양심이 있다면 자신의 망발에 대해 진심으로 자성하고 사과하라. 더불어 권력의 나팔수가 아닌 문화행정 수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라.







2008년 3월 17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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