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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한겨레, [사람과풍경] ‘그림옷’ 입고 활짝 핀 달동네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7.

청주 수동 ‘추억의 골목길 투어’



» 이홍원 화백 등이 9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수동 골목길에서 ‘수동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미협 화가 등 붓질 참여…마을 전체가 전람회장

우암산 아래 첫 동네. 청주 수동이 그림 옷을 입고 있다.

수동은 해방 직후 외지를 떠돌다 돌아온 귀향민, 한국전쟁 피란민 등이 뒤섞인 전형적인 달동네다. 1970년대 도시 재개발, 2000년 초 주거환경 개선 바람을 타고 쓰러질듯한 판잣집이 벽돌로 바뀌고 주차장, 공원 등 편의시설까지 들어섰다.

그러나 어깨가 부딪힐 정도의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여전히 무채색이다.

화가들이 “추억의 골목길에 삶을 그려 넣겠다”며 붓을 들고 수동에 나타났다.

마동 창작마을 촌장인 이홍원 화백 등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충북 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 회원작가, 청주대·서원대 대학생 작가 등은 9일부터 11일까지 수동 골목 곳곳에 색을 입힌다. 청주복합문화체험장 창작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는 베트남·일본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화가의 손을 떠난 붓은 무표정한 골목을 이내 전시공간으로 바꿨다.

연탄재로 더럽혀진 계단에는 꽃과 나비가 앉았고, 세월의 더께가 남아 있는 골목 안 벽은 마을을 잘 지키라는 뜻을 지닌 하얀 호랑이, 아름드리 나무가 자리 잡았다. 마을 골목 어귀에는 동네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그림 지도가 붙었고, 80여곳의 집 입구에는 김동연·이희영씨 등 서예가들이 멋있게 쓴 새 문패가 달렸다.

주인을 잃은 빈집은 전시공간으로 변했다. 우암산 아래 수동이라는 뜻을 지닌 ‘수암 갤러리’에는 수동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점과 수동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망태기, 광주리, 옷장 등 생활 도구들이 빈집을 채우고 있다.

이 마을 김종수(62)씨는 “먼지로 찌들었던 얼굴을 깨끗하게 씻는 듯한 느낌”이라며 “골목이 훤해지니까 마을 사람들의 표정까지 밝아졌다”고 말했다.

풍물패 장산곳 매, 놀이마당 울림, 새울전통타악진흥회, 민예총 전통음악위원회 등은 9~11일까지 수동을 찾아 새옷을 입고 있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는 공연을 할 계획이다.


글·사진/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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