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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협 아카이빙/2000년~2009년대 자료

한겨레, [이사람] 얼어붙은 한반도에 ‘소통의 캔버스’를

by (사)한국민족미술인협회 2020. 11. 28.

‘전업작가 첫발’ 개인전 연 민중화가 송창씨

82년부터 분단·통일 거친 붓질로 담아
“30년 교사생활 정리, 10년간 대작할것”
소재 넓히고 색조 밝아져 전시작 인기


» 송창(56·사진)

“분단의 상처는 휴전선 부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온 국토가 생채기 투성이더군요.”

임진강, 휴전선, 철원 노동당사, 철책선 등 나라 안 곳곳의 분단 풍경을 그려온 민중미술 작가 송창(56·사진)씨가 고목, 꽃, 길 등 일상적인 것으로 소재를 확대해 우리 곁에 왔다. 서울 창덕궁 앞 갤러리눈(02-747-7277)에서 11월 9일까지 여는 개인전. 상업 화랑 전시는 15년 만이다.

송씨는 1982년 이종구, 황재형, 이명복씨 등과 뭉쳐 이 땅의 현실에 대한 발언을 그림으로 옮겼던 ‘임술년 동인’ 출신이다. 87년까지 해마다 그룹전을 열어 분단과 통일, 조국의 산하 등을 이야기했다. 무거운 주제의 송창 그림은 거친 붓질에, 어두운 색조로 채워졌다. 당연히 안방에 걸만한 예쁜 그림이 아니었고, 비영리 전시장을 전전해야 했다.

“97년 ‘기억의 숲-소나무’란 제목으로 동아갤러리 초대전을 열었어요. 분단 역사와 소나무를 결합한 작품으로 채웠지요. 강한 인상은 심었지만, 전시 뒤 타격이 컸어요. 작품을 사 줄 기관도, 보관 장소도 없어 두 트럭 분량 작품을 폐기해 버렸지요. 그 뒤 10년 가까이 전시는 엄두도 못냈어요.”

그는 경기도 분당 송림고교 미술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주말, 방학 때 작업해왔다.이번 전시는 힘들게 같이 해온 교사 생활 30년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로 나서는 것을 ‘기화’로 삼았다. 팔리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지난달 9일 시작한 1부 전시에서 뜻밖에 모든 출품작들이 팔렸다. 다시 불황에 빠진 요즘 미술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 이번 작품들은 일상적 소재인데다, 색조가 밝고 경쾌해졌다. 하지만 그의 붓질은 본질적으로 반 고흐나 고갱을 연상시킬 만큼 거칠고, 독일 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음울함이 깔린다. 일상 소재들 역시 주변에서 발견한 분단 역사의 흔적일 뿐이다. 그림 속 백일홍은 아픔, 나무는 아우성, 길은 기다림과 소통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민중 미술하면 좌우 이념부터 따지는 통에 동료 작가들이 하나둘 ‘전향’하고 젊은 피들의 수혈이 끊겼어요.” 송씨는 ”현실참여 발언을 하는 후배 작가들을 종종 보지만, 분단·역사 등의 무거운 주제는 잘 다루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은 대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학교 일 때문에 신경 쓰지 못했던, 큰 작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최근 다시 차가와진 남북 관계도 제게 영감과 에너지를 충분히 줄 것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갤러리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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